“급한 불 껐지만”… 달러가뭄 해갈 먼길

  • 입력 2008년 9월 27일 03시 01분


■ 외평기금 100억달러 긴급 투입

일정기간 뒤 다시 회수… 보유액 줄진 않아

달러亂 장기화 대비해 경상적자 개선 절실

정부가 외국환평형기금 중 100억 달러를 외화 자금조달 시장에 풀기로 결정한 것은 은행권의 ‘달러 가뭄’을 보고만 있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 금융시장의 신용 경색 여파가 한국의 외화자금조달 시장까지 흔들지 않도록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다.

정부의 달러 유동성 공급 소식으로 달러 단기자금 시장은 다소 해갈되는 분위기지만 세계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경상수지 적자 구조를 벗어나는 근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달러 지금시장 일단 안정

정부의 공격적인 달러 유동성 공급 발표 이후 국내 은행권이 원화와 달러를 바꾸는 외환스와프시장에 달러 돈줄이 서서히 풀리고 있다.

26일 서울 외환스와프시장에서는 원-달러 스와프포인트(선물환율과 현물환율의 차)가 전날보다 3.0원 오른 ―1.5원으로 줄었다. 스와프포인트가 플러스에 가까워진다는 것은 달러 자금시장이 정상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마이너스 폭이 커지게 되면 원화를 주고 달러를 바꿀 때 주는 웃돈이 더 커지는 셈이다.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 이후 세계 금융시장의 달러 품귀 현상이 벌어지면서 23일 외환스와프포인트가 ―10원까지 급락하는 등 요동을 쳤다. 하루짜리(오버나이트) 외화차입금리도 최고 연 9%까지 치솟는 등 달러 품귀현상으로 은행들이 자금 조달에 애를 먹었다.

원화를 빌리는 국내 금리가 달러에 적용되는 해외 금리보다 높은 점을 감안하면 선물환율이 현물환율보다 높아야(스와프포인트는 ‘플러스’) 정상인데도 당장 달러가 급한 은행권이 달러 현물환을 사고 선물환으로 파는 거래에 몰리면서 ‘역전현상’이 벌어진 것.

한 시중은행 자금담당 임원은 “은행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정부의 유동성 공급 발표 이후 달러 자금난이 조금씩 풀리는 분위기”라며 “장기적으로 변동성이 큰 외환스와프시장의 정상화가 필수”라고 말했다.

은행들도 단기금융시장(머니마켓)에서 적은 규모지만 달러를 빌리고 있다. 국민은행이 25일 이집트은행에서 2500만 달러를 한 달간 빌렸고, 24일에는 미국 뉴욕에서 소액의 2개월짜리 기업어음(CP) 발행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상수지 적자 탈피가 근본 해결책

정부가 이달 말부터 외화자금시장에 100억 달러 공급을 시작하면 10월 외환보유액이 일시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외환스와프시장에서 정부는 현물환 달러를 팔고 선물환으로 되사는 거래를 하게 되는데, 달러가 되돌아오는 기간까지는 외환보유액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외환보유액의 일시적 감소를 우려해 외화유동성 문제를 방치하는 것은 돈을 아끼려다 병원에 못 가고 병을 키우는 꼴”이라며 “외환스와프시장에 달러를 공급하더라도 일정기간 이후 회수되기 때문에 외환보유액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외환보유액에서 상환부담이 있는 돈을 제외하면 당국이 개입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돈은 800억∼900억 달러로 추산된다”며 “외화자금조달 사정이 악화된 만큼 스와프시장 개입과 파생상품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시적인 외환보유액의 감소가 투자자의 심리적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8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2432억 달러로 세계 6위 규모지만 단기외채를 외환보유액으로 나눈 비율은 지난해 말 60.5%에서 6월 말 68%로 높아졌다. 3분기(7∼9월)에는 순채무국 전환도 예상된다.

단기외채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경상수지 적자 구조를 바꾸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오는 이유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도 이날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서 골프 치고 교육시키는 게 맞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앞으로 달러 조달난의 장기화에 대비해 외화차입보다 경상수지 흑자 만들기에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용 기자 parky@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외환 스와프::

서로 다른 통화를 잠시 바꾸는(swap) 거래. A가 B에게 달러를 주고 지금의 환율에 따라 원화를 받았다가, 약정한 기간 뒤 미리 정해둔 선물 환율에 따라 원화를 내주고 달러를 돌려받는 방식. A는 현물 환율과 선물 환율의 차액만큼 손해 또는 이익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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