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타이거 취항 안된다” 국내 저가항공 4社 탄원

  • 입력 2008년 8월 26일 02시 56분


“싱가포르 회사 항공주권 침해”… 인천시 “일단 보류”

인천시가 싱가포르 타이거항공과 손잡고 세운 저가(低價) 항공사 ‘인천타이거항공’의 취항에 대해 국내 저가 항공사들이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국내 항공사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인천시도 사업 허가 신청을 내년 초까지 보류하기로 해 인천타이거항공이 당초 사업 목표로 세운 연내 취항은 사실상 무산됐다.

에어부산, 영남에어, 제주항공, 진에어 등 국내 4개 저가 항공사는 25일 인천타이거항공의 사업 허가에 반대하는 탄원서를 주무 부처인 국토해양부에 공동 명의로 제출했다.

4개 항공사는 탄원서에서 “싱가포르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은 타이거항공이 ‘인천타이거항공’으로 국내에 진출하면 국적 저비용 항공사들의 도산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 이들 항공사는 “인천타이거항공은 한중일 항공 시장에 무임승차하려는 것”이라며 “한국 국적 항공사라는 가면을 쓰고 대한민국 항공 주권에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항공 사업 경험이 없는 인천시와 산하 공기업들은 인천타이거항공의 실질적 경영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없다”며 “중앙정부가 비정상적인 사업 추진을 불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국내 저가 항공사들의 반발이 커지자 인천시는 이날 인천타이거항공의 취항 준비를 내년 초까지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

백은기 인천시 항만공항물류국장은 “국내 항공업계를 중심으로 인천타이거항공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아 이들을 설득하고 시 차원에서 저가 항공사를 추진하는 이유를 홍보할 시간이 필요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백 국장은 “이번 보류 결정이 곧 사업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앞으로 추진 과정에서 관련 업계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시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추가적인 준비기간을 갖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천타이거항공은 싱가포르의 저가 항공사인 타이거항공이 인천시와 제휴해 올해 1월 말 설립한 저가 항공사로 올해 하반기 중 국토부로부터 사업 허가를 받아 이르면 올해 말 취항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국내 항공업계는 “전체 지분의 49%를 보유한 타이거항공이 항공사 운영 경험이 없는, 지분 51%를 가진 인천시 및 산하 공기업을 대신해 사실상 ‘지배적 사업자’가 될 것”이라며 반발해 왔다.

한편 국토부 당국자는 “앞으로 인천시가 사업 신청을 하면 사업계획서 등 관련 서류를 제출받아 실질적 운영주체가 어디인지 항공법에 따라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인천타이거항공

싱가포르의 저가 항공사인 타이거항공이 인천시와 제휴해 올해 1월 말 설립한 저가 항공사. 타이거항공과 인천시가 각각 49%, 인천교통공사가 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