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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7월 9일 03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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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품질경영학회 지수연구회가 2005년부터 매년 제품 전문가와 소비자를 대상으로 제품의 성능, 적합성, 신뢰성, 서비스, 이미지 등을 조사해 점수화한 수치다. 올해 조사는 한국갤럽이
4월 21일부터 5월 26일까지 전국 소비자와 전문가 1만3600명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설문을 통해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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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만3600명 대상 온오프라인 설문
이번 조사는 국가표준(KS) 인증을 받은 22개 제품과 KS 인증을 받지 않은 17개 제품으로 나눠 진행됐다.
KS 인증을 받은 제품 가운데 주택용 보통침대 부문에서는 에이스침대가, 도자기질 타일 부문에서는 아이에스동서가 각각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또 삼성전자(냉장고), LG전자(에어컨), 위니아만도(김치냉장고), 금강(구두), 델코(자동차용 배터리)가 각각 3년 연속 1위에 올랐다.
쌍용양회공업(포틀랜드시멘트)은 2회 연속 1위를 차지했고, 아이레보(디지털도어록), 퍼시스(사무용 가구), 경동나비엔(기름 연소 보일러)은 올해 처음으로 1위 기업이 됐다.
KS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 가운데 액정표시화면(LCD) TV 분야에서는 LG전자가 1위에 올랐다. LG전자는 이번 조사에서 유일하게 KS 인증제품과 KS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 모두 1위를 배출한 기업으로 기록됐다.
웅진코웨이(비데), 르노삼성(스포츠유틸리티차량), 현대자동차(중형 승용차), 삼익악기(디지털피아노), 애경(샴푸), 오티스(엘리베이터) 등도 1위 기업으로 꼽혔다.
○ 전문가보다 높은 소비자 눈높이
제품 품질을 측정하는 눈은 전문가보다 일반 소비자가 더 깐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100점 만점 기준으로 소비자들은 39개 제품에 대해 평균 69.1점을 준 반면 전문가들은 70.8점을 매겼다. 소비자들이 매긴 점수가 1.7점 낮은 셈이다.
소비자 평가가 전문가보다 좋았던 기업은 에이스침대, 신일산업, 금강, 아이에스동서, 서울통신기술 정도에 그쳤다.
표준협회 박재우 서비스품질팀장은 “대부분 기업들은 전문가 평가에서 양호한 점수를 받았지만 소비자 평가가 좋지 않았다”며 “소비자가 기대하는 품질과 전문가가 제시하는 품질 사이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고객 중심의 품질 경영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품질 기준을 맞춘 제품에는 ‘충성 고객’이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고객 충성도가 높은 상위 20개 기업의 신뢰도나 서비스 등을 종합한 품질 수준은 100점 만점에 평균 75.5점으로 전체 136개 기업 평균인 69.8점보다 5.7점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제품의 신뢰성과 이미지 부문 평가에서는 그 차이가 각각 6.2점, 6.9점으로 벌어져 제품 품질과 고객 충성도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준협회 측은 “좋은 제품을 생산하면 고객이 만족하고 다시 구매하거나 남들에게 추천하는 성향이 강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 KS 인증제품 품질 수준 높다
이번 조사 결과 136개 기업의 KS-QEI는 1000점 만점에 평균 698.8점으로 지난해 715.9점보다 17.1점 하락했다.
이는 올해 조사에서 전문가 그룹을 카센터 정비공이나 백화점 판매직원 등 현장 전문가 위주로 대폭 바꾼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표준협회 조상근 책임연구원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일반 전문가보다는 좀 더 소비자 입장에서 제품을 보기 때문에 제품 품질 측정도 깐깐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며 “전반적으로는 국내 기업들이 품질 경쟁력 향상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또 KS 인증을 받은 제품의 품질은 1000점 만점에 평균 711점으로 KS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의 685.2점보다 25.8점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KS 인증제품의 품질이 전반적으로 우수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22개 KS 인증제품 가운데 수성페인트, 에어컨, 가스보일러, 사무용 가구, 형광램프 등 14개 제품(63.6%)이 700점을 웃돌았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고객 마음 담지않고 기술만 앞세운 제품▼
결국 창고 신세될것”
특히 올해부터는 평가모형을 보완해 평가 대상을 KS 표시 제품에 더해 일반 제품으로 확대했다.
KS-QEI는 기업 간 선의의 경쟁과 지속적인 품질혁신을 유도하고 소비자의 가치 있는 소비활동을 촉진해 한국 산업의 품질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게 목적이다.
흔히 기업의 경쟁력을 이야기할 때 고객만족을 빼놓지 않지만 실제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 지속적인 성공을 이어 가는 기업은 많지 않다.
세계 최초의 휴대전화 개발자로 알려진 마틴 쿠퍼는 “휴대전화를 만드는 기업들은 제품에 모든 기능을 넣는 기술을 통해 고객의 시선을 끌려고 노력하지만, 고객이 바라는 기술을 필요할 때 적절히 제공해야 사업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기술 발전도 중요하지만 기술만 앞세워서는 진정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바를 놓치는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고객의 마음과 지갑을 열기 위한 열쇠의 하나로 이른바 ‘스토리 마케팅’이 주목받고 있다.
덴마크의 미래학자 롤프 옌센은 “이제 소비자들은 상품 그 자체를 사는 것이 아니라 상품에 얽힌 이야기를 사며, 이야기를 품지 못한 상품은 창고에 처박히게 될 것이다”라고 단언했다.
30여 년 전 베트남전쟁에서 총알을 막았다는 지포 라이터의 전설적 스토리, 마이클 조든이나 타이거 우즈의 불패와 성공 스토리를 담은 비싼 나이키 신발에 자신도 그 스토리의 일부가 되고자 하는 감성을 지닌 소비자들이 서슴없이 지갑을 연다는 의미다. 이런 면에서 성공적인 스토리의 핵심은 ‘감성가치와 경험가치’라고도 할 수 있다.
정보의 전파 속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라진 요즘은 소비자들이 제품의 기능 못지않게 제품을 둘러싼 뒷이야기에 더욱 흥미를 가진다.
KS-QEI 평가도 기업들이 성공 스토리를 쓰는 데 밑거름이 될 지표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
김태규 한국품질경영학회 차기회장·한남대 경상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