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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7월 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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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시작된 세계적 신용경색 위기에서 벗어나 간신히 회복 기미를 보이다 ‘고유가’라는 직격탄을 맞아 다시 주저앉은 형국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경제의 가장 큰 위협요인으로 떠오르고 있어 각국 중앙은행이 본격적으로 긴축기조에 나서면 각국 증시의 침체는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 재기 시점에 고유가-인플레 직격탄
세계 증시는 유가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한 6월 한 달간 일제히 급락세를 보였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6월 중 ―20.31%로 가장 크게 떨어졌고 올해 들어 급상승세를 보인 브라질 보베스파지수도 ―10.44% 하락했다.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영국 FTSE지수도 각각 ―10.19%와 ―7.06%로 부진했다.
한국 증시 역시 고유가의 불똥을 피할 수 없었다. 지난달 코스피지수는 9.56% 하락했다. 특히 고유가 악재는 세계 증시가 서브프라임 사태로 야기된 신용경색의 악몽을 털고 일어나던 시점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지난해 10월 9일 14,164.53으로 고점을 찍은 뒤 11,740.15(3월 10일)까지 내려갔다가 5월 2일에는 13,058.20까지 만회해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었다. 지난해 10월 말 2064.85에서 3월 17일 1,577.44까지 급락했던 코스피지수도 5월 16일 1,888.88까지 상승했다.
이처럼 고유가 충격으로 상승세에 제동이 걸려 고꾸라지고 있는 세계 증시가 다시 상승 탄력을 받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 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격 하락 불가피
이런 상황에서 세계 증시가 최악의 ‘더블딥 시나리오’대로 가고 있다는 분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신영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세계 증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적극적인 금리 인하와 각국의 공조체제로 고비를 넘기는 분위기였다”면서 “하지만 신용경색을 대신해 고유가와 인플레이션 압력이 새로운 위기요인으로 불거지며 세계 증시가 더블딥에 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증시 활황의 정점이던 지난해 10월 이후 세계 증시는 ‘깊은 조정→반짝 상승→재조정’의 순서를 밟으며 더블딥의 형태인 ‘W’ 모양으로 지수가 움직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경제의 더블딥 가능성은 세계 증시를 더욱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다.
월가에서는 신용경색을 풀기 위해 FRB가 공급한 엄청난 유동성이 일시적으로 미국 경제에 부양효과를 가져오겠지만, 지속적인 주택가격 하락은 결국 미국 소비자들의 지갑을 닫게 만들어 경기 침체를 초래할 것이라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금융연구원의 이윤석 연구위원은 “주택경기의 부진과 고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 소비여력 축소 등으로 인해 FRB의 금리인하 효과가 사라지는 내년 상반기(1∼6월)에는 미국 경기가 재차 후퇴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또 삼성투자증권 김학주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경제는 그동안 과소비에 의존해 성장해온 만큼 소비가 줄어들면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의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블 딥:
경기가 침체 후 잠시 회복을 찾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현상. 2001년 미국에서 처음 등장한 용어로 부진한 기업투자와 민간소비 약화 때문에 발생하는 경제현상이다. 경기침체와 회복을 반복하며 'W자'와 비슷한 사이클을 보인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