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유가 고물가에 美금융시장 혼란 재현 조짐
중국 정부가 19일 휘발유 가격과 전기요금 등 유류비를 전격 인상한 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선물 가격이 배럴당 137.17달러에서 132.60달러로 4.57달러(3.33%) 급락하면서 국제유가가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때맞춰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22일 하루 20만 배럴씩 증산할 것이라는 발표도 나왔다. 그러나 국제유가는 기대와 달리 20일부터 오름세로 돌아서 24일에는 137달러까지 올랐다.
석탄 철광석 천연가스 등도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리오 틴토, BHP 빌리턴 등 호주 철강석 업체들이 24일 철광석 가격을 최고 96.5% 인상한 데 이어 세계 최대 화학업체인 미국 다우케미컬이 25일 화학제품 가격을 25% 올릴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세계 4대 철강업체인 포스코도 철강제품 가격을 21% 인상할 계획이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관련 지표들이 악화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는 한층 높아졌다. 미국 콘퍼런스보드는 6월 소비자 신뢰지수가 50.4로 나타나 16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25일 발표했다. 1992년 2월의 47.3 이후 최저수준이며, 주택시장 침체가 금융시장의 불안을 가져오기 전인 작년 7월의 111.9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유로존의 제조업 상태를 보여주는 ‘유로존 구매지수’도 5월 51.1에서 이달 49.5로 떨어지는 등 EU의 경기 위축세도 심화되고 있다. 유로존 구매지수가 50 미만이면 경기가 위축되고 있음을 의미하는데 2003년 7월 이후 처음으로 50 미만으로 떨어진 것이다.
○ 그린스펀 “신용위기 내년까지 지속될 것”
3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유동성 위기에 빠진 미국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에 긴급 구제금융을 제공한 후 안정세를 찾았던 미국의 금융시장도 다시 불안해지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미국의 대표적인 모노라인 중 하나인 MBIA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2’로 무려 5단계나 하향조정하면서 모노라인 업체들이 보증한 채권 금리가 급등(채권 값은 급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 FRB 의장은 “3월 FRB의 긴급 조치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은 감소했지만 크게 나아진 것은 없다”며 “금융시장의 혼란은 내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외 금융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와 경기침체, 금융시장 불안이 겹치면서 미국과 유럽 중앙은행이 금리정책의 스탠스를 잡기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