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엔 과일코너… 기저귀 옆엔 맥주…

  • 입력 2008년 6월 14일 03시 00분


이마트는 우유 구매 고객 가운데 시리얼을 함께 구입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최근 도농점의 우유 판매대 한가운데에 시리얼 판매대를 배치했다. 사진 제공 이마트
이마트는 우유 구매 고객 가운데 시리얼을 함께 구입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최근 도농점의 우유 판매대 한가운데에 시리얼 판매대를 배치했다. 사진 제공 이마트
대형마트 식품매장 ‘진열의 법칙’

《쇼핑카트를 끌고 대형마트 식품매장에 들어선다. 입구를 지나치자마자 나타나는 과일 코너. 대형마트 입구에는 왜 과일 코너부터 있는 걸까? 답은 이렇다. 매장을 찾은 소비자가 더 많은 상품을 구입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기 위해서다. 과일은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제품이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형형색색의 과일이 눈에 띄면 소비자들은 구매욕을 느낄 수밖에 없다. 무심코 찾는 대형마트에도 이처럼 치밀하게 계획된 마케팅 전략이 곳곳에 숨어 있다. 》

지난달 말 문을 연 이마트 하남점에는 계산대 옆 진열대 크기가 다른 점포보다 1.5배 크다. 걸려 있는 제품들도 건전지, 껌, 초콜릿 등의 품목 대신 참외, 사과 등 제철 과일을 1, 2개씩 담은 소포장 제품, 200g짜리 1인용 혼합잡곡 제품 등이 진열돼 있다.

가족 단위 쇼핑객에 비해 상대적으로 쇼핑 동선이 짧은 싱글족(族)들을 겨냥했다는 게 이마트 측의 설명이다.

경영학에서는 장기간에 걸쳐 고객의 구매습관과 동선을 분석해 맞춤형 점포로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을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이라고 한다. 데이터 마이닝의 사례로 언급되는 단골메뉴는 월마트의 ‘맥주와 기저귀’ 사례다. 퇴근길에 아내의 부탁으로 기저귀를 사러 마트에 들렀다가 함께 맥주를 구입하는 남자가 많다는 것에 착안해 월마트가 두 제품을 함께 진열하자 매출이 늘었다는 것이다.

국내 유통업체들도 고객의 편의를 고려해 연관 제품을 한자리에 진열하는 추세다.

이마트 도농점은 우유와 시리얼을 함께 구매하는 고객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아예 우유 판매대 한가운데에 시리얼 판매대를 설치했다. 매출은 400% 늘었다.

돼지고기 매장 옆에 휴대용 가스레인지나 쌈장, 돗자리 등을 팔고 베이커리 매장 옆에 파티용품을 파는 것도 연관 진열의 한 예다.

이마트 방종관 마케팅팀장은 “2, 3년 전만 해도 연관 진열 품목수가 3, 4개였지만 최근에는 30여 개로 늘었다”며 “신규 점포는 매장 설계 때부터 연관 진열을 고려한다”고 말했다.

같은 대형마트지만 매장 진열도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 롯데마트는 전체 라면 매출에서는 신라면이 1위지만 지역별 매출 선호도에 따라 서울 등 수도권과 충청권에서는 신라면을, 영남권에는 안성탕면을, 호남권에서는 삼양라면을 가장 넓게 진열한다.

홈플러스는 기후에 민감한 소비자의 취향을 감안해 매주 매장 진열을 바꾼다. 이번 주부터 면류 판매대에 진열된 스파게티 제품을 줄이고 냉면을 늘렸다. 같은 가공우유라도 소비자가 선호하는 순서대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바나나, 딸기, 초코, 커피맛 순으로 배치한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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