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美업계-한국정부측과 계속 협력”

  • 입력 2008년 6월 4일 03시 02분


국무부 “한국내 고려할 문제있는 것 안다”

한국 정부가 미국에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의 수출을 자체적으로 제한해 줄 것을 요청한 데 대해 미국 측은 조심스럽게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한국의 특수한 상황 변화를 감안한 해법 모색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토니 프라토 백악관 부대변인은 3일 “한국 정부의 계획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대화하고(communicate) 있다”면서도 “‘우리의 우려’가 해소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우리는 미국의 업계 및 한국 정부 측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톰 케이시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한국 내부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문제가 있고 미국은 이를 존중한다”면서도 “미국은 한국에 제한 없는 수출이 재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미국 국무부와 무역대표부가 공식적으로는 한국과의 긴밀한 협력만을 강조한 것에 비해 ‘미국의 우려’ ‘제한 없는 수출’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미 행정부의 고민과 기본 방침을 보여준다.

그러나 미 행정부와 업계 사정에 정통한 워싱턴의 소식통들은 “한국 정부의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 자율 자제’ 요청에 대해 결국은 미국이 협력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이 쇠고기 수출업계를 설득하면 업계도 긍정적 반응을 보일 분위기”라고 말했다.

지금과 같은 상태가 이어져 수출길이 막히면 업계가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으므로 ‘임시적으로’ 혹은 ‘이해가 높아질 때까지’ 등의 전제조건을 붙여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출을 자제하거나 월령표시를 강화해 사실상 수출을 포기하는 데 동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지역구 특성상 30개월 이상 쇠고기 생산량이 많은 맥스 보커스 상원 재무위원장의 경우 매우 못마땅해하겠지만 일단 판로를 열어야 한다는 업계의 이익을 고려해야 하고 양국관계 악화를 방치해선 안 된다는 데 우선권을 둘 가능성이 크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30개월 미만 쇠고기가 한국으로 수출될 물량의 95%인 마당에 작은 부분 때문에 전체가 막히는 것은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결정이 쉽게 내려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국 관계의 중요성과 한국 내 특수한 정서에 대한 한국 정부의 끈질긴 설명과 설득이 수반되어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을 자제했는데도 한국에서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 및 뼈와 관련해 계속 요구 수위를 높여 간다면 그 이후엔 정말 어렵게 꼬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수출자율규제(VER)를 넘어서 ‘재협상’ 또는 ‘추가협상’으로 진행될 경우 이는 미 행정부가 받아들이기 곤란할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문제 삼아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객관적 타당성이 없으며, 다른 나라와의 교섭에도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어 받아들이기 곤란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심각한 경기침체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11월로 다가온 대통령선거와 상·하원 선거를 앞두고 자칫하면 정치적 역풍을 불러올 재협상을 선뜻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쇠고기 업체들은 2일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한국 소비자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한국에 수출하는 쇠고기에 한해 한시적으로 도축 당시 월령을 표시하겠다”고 밝혔다. 월령 표시는 최장 120일 동안 한시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타이슨 푸드, JBS 스위프트, 카길 미트솔루션, 내셔널 비프패킹, 스미스필드 비프그룹 등 5개 쇠고기 업체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쇠고기 포장 박스에 부착할 이 라벨은 도축 시점에서 해당 소가 30개월 미만인지, 30개월 이상인지 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명은 “미국 쇠고기 업체들은 모든 월령의 쇠고기가 최상의 위생기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광범위한 예방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한국 소비자들이 이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월령 표시라는)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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