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동산시장 왜곡 우려…가격통제 대신 공급 확대를”

  • 입력 2008년 6월 3일 02시 54분


OECD보고서 “높은 양도세율 거래위축 등 부작용”

대부분 8·31대책 핵심내용… 정부 수용여부 불확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일 “집을 팔 때 너무 높은 세금을 매기면 집을 가진 사람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아 거래가 위축돼 주택 공급이 줄어들고 집값이 오르는 왜곡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과도한 양도소득세율을 피하는 게 좋다”고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작년에 이어 분양가 상한제 등 단기 가격대책을 폐지해야 한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OECD는 2일 이런 내용을 담은 ‘한국의 주택정책 개편방향’ 보고서를 내놨다. 이번 보고서는 랜들 존슨 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지난해 6월 나온 ‘OECD 2007 한국경제 서베이’ 자료를 토대로 작성한 것이다.

이 보고서에서 OECD는 △높은 양도소득세율을 피할 것 △거래세를 낮추고 보유세를 높이되 부동산 세제를 가격 통제나 소득 재분배 수단으로 활용하지 말 것 △분양가 통제 정책 폐지 △수도권 중심으로 주택공급 확대 △공공 부문 중심으로 주택용지 확보 △공공 토지에 민간 주택 건축 허용 △집값 상승 지역의 아파트 건축 규제 폐지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 △민간 모기지시장 육성 등 9가지 정책안을 권고했다.

OECD는 분양원가 공개 요구나 분양가 상한제 같은 단기 가격대책 때문에 건설사들이 집을 지으려 하지 않아 공급이 줄어드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분양원가를 공개하게 되면 건설사로선 비용을 줄여 이익을 늘리려는 유인이 없어져 원가가 종전보다 높아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주택 정책의 목표와 관련해 OECD는 집값을 통제하기 위한 단기 정책 대신 주택 공급을 늘리는 장기 대책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하고 공급을 통해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단순히 주택 건축 목표치만 채울 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수도권에 집을 많이 지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주택담보대출과 관련해 ‘금융회사를 강력하게 감독한다’는 전제하에 대출규제를 다소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실제 현재 한국의 주택 담보인정비율(LTV)은 집값의 40∼60%로 미국(90%), 영국(100%), 캐나다(75%) 등 다른 나라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존슨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정부로선 가격에 따라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효율적인 주택시장을 구축하는 데 정책의 목표를 두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의 부동산 세제 및 가격정책은 2005년 ‘8·31 부동산대책’ 등의 핵심 내용인 데다 정책을 수정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집값이 오를 수 있어 정부가 OECD 권고를 얼마나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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