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사면초가’…18대국회로 넘어가면 발목 잡힐판

  • 입력 2008년 5월 26일 02시 58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안팎의 시련을 맞아 표류 위기에 처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17대 국회에서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을 통과시킨 후 미국 행정부와 의회를 압박한다는 전략이었으나 통합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의 반대 벽에 막혔다. 야 3당은 26∼29일 소집되는 임시국회에도 응하지 않을 태세다.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자리를 굳힌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반대도 변수다.

그는 23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매우 결함 있는(badly flawed) FTA라고 믿는다”며 “의회에 비준 동의안을 제출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그는 “한미 FTA를 비준해 준다면 한국의 수출업자들에게는 미국 시장에 대한 제한 없는 접근을 주는 반면 미국은 한국 시장에 상호적인 접근을 얻을 수 있는 최상의 기회를 잃어버리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나라당 홍준표 차기 원내대표는 25일 “오바마 의원이 불평등 협약이라고 할 정도로 FTA는 우리에게 유리하다”며 조속한 통과를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여야 대표회담 추진 등 총력전을 펴고 있다. 정부는 26일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FTA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한다.

그러나 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한미 FTA의 운명이 결정될 상황”이라며 “한국만 FTA를 비준해 준다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미 의회는 대선 때문에 9월 초부터 개점휴업 상태가 되기 때문에 안건 처리 절차를 감안하면 7월 중순까지는 FTA 안건이 상정돼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서는 비준 동의안 처리가 7월 중순을 넘기지 않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관건은 18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이다. 민주당은 쇠고기 재협상을 원 구성과 연계한다는 방침이어서 7월까지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나라당의 친박 복당이 이뤄지고 민주당이 반발할 경우 더 늦어질 수도 있다.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우리가 정치 논쟁에 휘말리는 사이에 자칫 한미 FTA 무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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