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가라사대 큰위기는 큰기회… 단, 아는곳에 투자하라

  • 입력 2008년 5월 5일 02시 59분


‘주주들과 대화’ 열기의 현장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3일 미국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 퀘스트센터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장에서 주주들과 대화하고 있다. 버핏 회장의 모습이 대형 스크린에 비치는 가운데 6시간 이상 진행된 이날 주주총회는 참석자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오마하=로이터 연합뉴스
‘주주들과 대화’ 열기의 현장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3일 미국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 퀘스트센터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장에서 주주들과 대화하고 있다. 버핏 회장의 모습이 대형 스크린에 비치는 가운데 6시간 이상 진행된 이날 주주총회는 참석자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오마하=로이터 연합뉴스
‘투자 귀재’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주총 현장을 가다

《“어떻게 하면 높은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나요?”

“좋은 회사의 주식은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요?”

“부부는 재산을 따로 관리하는 게 좋은가요, 합쳐서 관리하는 게 좋은가요?”

3일 미국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 퀘스트센터.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77)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연례 주주총회 현장은 뜨거운 열기로 넘쳐났다.

일부 극성 주주들은 새벽부터 나와 줄을 섰다.

오전 7시 출입문이 열리자마자 수천 명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달려가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 빚을 내서 쏟아 붓지 말라

버핏 회장은 평생 친구인 찰스 멍거(84) 부회장과 함께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주주들과 대화 시간을 가졌다.

가장 많이 나온 질문은 역시 “어떻게 해야 돈을 벌 수 있느냐”였다.

버핏 회장은 ‘일반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투자 원칙’을 묻는 질문에 ‘과감한 투자’를 조언했다.

그는 “과거 재산의 75%를 한곳에 투자하고 싶은 강한 확신을 가졌던 때가 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특별한 기회가 있으면 재산의 75%를 투자하는 게 맞다. 그러나 재산의 500%를 투자하지는 말라”고 말했다. 지나치게 많은 돈을 빌려서 투자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였다.

그는 “전업 투자가가 아닌 30세의 일반인이고 100만 달러로 투자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수수료가 적게 드는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겠다”고 답했다. 멍거 부회장은 “이른바 투자전문가라는 사람들이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고 떠벌리지만 수수료에 비해 실적은 형편없을 때가 많다”고 거들었다.

○ 혼란기는 돈 벌 기회

버핏 회장은 “지금과 같은 금융시장 혼란기에 투자 기회를 잡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채권시장 혼란 등의 상황은 동시에 큰 기회이기도 하다”며 “1998년 롱텀캐피털 위기에서 보듯 큰 기회는 위기 때에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는 “이때가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끈질기게 파고들면 큰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멍거 부회장은 “그러나 그런 기회는 ‘작살로 잡을 수 있는 큰 물고기가 일주일에 한 번 시냇물에서 지나가는 것’처럼 드물고 짧다”고 덧붙였다.

버핏 회장도 신속한 투자 결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5분 이내에 결정을 내릴 수 없다면 5개월 뒤에도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두 사람은 평소 지론인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는 분야에 투자해야 한다”는 말을 여러 번 강조했다. 또 “앞으로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 수익률도 과거 수준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며 “과거 수익률을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지금 주식을 파는 것이 낫다. 장기적으로 10%의 이익을 돌려줄 수 있는 주식을 살 수 있다면 행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 자녀는 부모를 보고 자란다

이날 주총에서는 투자교육에 대한 질문이 많이 나왔다. 초등학생들도 마이크를 잡고 버핏 회장에게 직접 궁금한 점을 물었다.

버핏 회장은 “아이들은 부모를 그대로 따라 한다”며 부모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녀들은 공식 학교 교육을 받기 전에 부모에게 많은 것을 배운다”며 “그런 점에서 나는 훌륭한 아버지를 둔 점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대통령선거 후보의 경제정책에 대한 질문에는 “그들은 똑똑한 사람들”이라면서도 “선거과정의 특성상 유권자에게 영합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점은 아쉽다”고 뼈 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한편 이날 주총에 앞서 블룸버그 TV와 한 인터뷰에서 버핏 회장은 “앞으로도 개인들은 모기지 부실로 고통을 받겠지만 월가에서 최악의 위기는 분명히 지났다”고 말했다.

그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유동성 위기에 빠진 월가의 투자은행 베어스턴스를 JP모건 체이스가 인수하도록 지원한 것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신용 경색의 방향을 돌린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오마하(네브래스카 주)=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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