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길라잡이]왜 장기투자인가

  • 입력 2008년 4월 19일 02시 58분


주가가 모처럼 반등다운 반등을 하자 상승 전망과 하락 전망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어느 쪽이 옳을까?

주가야 오르지 않으면 떨어지고 떨어지지 않으면 오르는 것이니, 상승 전망과 하락 전망이 맞을 확률은 공평하게 반반이다. 무슨 무책임한 소리냐고 하겠지만 증시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그리 싱거운 결론도 아니다.

1901년부터 107년이 지난 17일까지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244배로 올랐다. 이렇게 되는 동안 주가는 계속 오르기만 했을까. 전혀 아니다.

거래가 이뤄졌던 2만9000여 일 동안 주가가 오른 날의 비율은 52.5%이고 주가가 빠진 날은 47.5%였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1975년 1월 이후 17일까지 8200여 개장일 동안 주가가 오른 날은 51.6% 정도로 절반을 가까스로 넘고 있다.

이 정도 확률이면 동전 던지기와 별 차이가 없다. 다만 앞면이 나올 확률이 뒷면이 나올 확률보다 겨우 4∼5% 높은 동전이다. 그런 동전을 가지고 앞면(상승 쪽)에 돈을 걸어 단번에 이길 확률은 실질적으로 절반밖에 안 된다. 4∼5%의 우위는 단판 승부에서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던지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그 차이는 분명해진다.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바로 5% 많은 상승일의 수익이 누적돼 107년 동안 주가가 244배로 오른 것이고 코스피지수는 33년 동안 단지 4% 많았던 상승 일수 효과로 인해 26.6배로 오른 것이다. 장기 투자의 필요성이란 바로 이런 맥락에서 나오는 것이다.

물론 단기 예측에 능통한 족집게가 있을 수도 있다. 어릴 적 홀짝 놀이에서도 고수가 있었으니까(지금 생각하면 홀짝 맞히기에 능했다기보다는 베팅을 잘했던 친구들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는 미국 증시의 종가를 보고도 국내 주가의 시초가를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그저 필부필부(匹夫匹婦)일 뿐이다. 그래서 좀 더 긴 시간의 투자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무한정 장기 투자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경제학자 존 케인스의 말대로 ‘장기적으로는 모두 죽을 운명’인데 세상을 하직한 후 주가가 오른들 아무 소용이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좀 더 시간을 당겨 보자면, 한국에서 1975년부터 3년 이상 주식투자를 해서 돈을 잃을 확률은 25% 이하였다. 2000년 이후에는 아무 때든 주식을 사서 3년 동안 들고 있었으면 무조건 수익이 났다.

물론 그런 호시절이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겠지만 장기 투자의 효과는 분명히 존재한다.

강성모 한국투자증권 퇴직연금본부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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