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잡아먹는 물가… 예적금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로

  • 입력 2008년 4월 16일 03시 01분


《직장인 윤모(32) 씨는 최근 정기적금을 들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가 1년 만기 적금 금리가 연 4.4%라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렸다. 윤 씨는 “이자소득세를 감안하면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금리라 적금으로 돈을 모을 생각은 포기했다”며 “상호저축은행의 정기적금이나 적립식 펀드에 돈을 맡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자를 받더라도 물가와 세금을 감안하면 사실상 원금을 손해 보는 실질금리 마이너스 금융상품이 늘고 있다. 농산물 가격과 유가 상승으로 물가가 오르는 반면 정책금리 하락에 대한 기대로 시중금리는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최소한 4.6% 넘어야 ‘+’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3월에 비해 3.9% 올랐다. 이자소득세 15.4%를 감안하면 금융상품의 금리가 최소한 연 4.6%를 넘어야 물가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정기적금 상품의 금리는 대부분 이에 미치지 못한다.

신한은행의 1년 만기 탑스 적립예금은 자유적립식이 기본 금리 연 4.4%이며 매일 돈을 넣을 수 있는 소호형은 기본 금리가 연 4.05%에 불과하다. 국민은행이 판매 중인 가족사랑자유적금은 1년 만기 금리가 연 4.5%.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은행권의 정기적금 평균금리는 연 4.73%로 실질금리 마이너스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었다.

한 시중은행의 자금담당 임원은 “은행은 내부 자금사정, 시장금리 및 정책금리 수준을 고려해 예금 및 적금 금리를 정한다”며 “소액을 정기적으로 넣는 적금은 관리 비용이 많이 드는 대신 자금 확보에는 별 도움이 안 돼 금리를 낮게 책정한다”고 말했다.

○예금도 5% 미만 점점 늘어

정기예금은 적금에 비해 금리가 높은 편이지만 역시 연 4.6%에 못 미치는 상품이 나타나고 있다.

SC제일은행의 퍼스트정기예금은 1년 만기 기본금리가 연 4.2%이며 기업은행이 판매 중인 실세금리정기예금은 1년 만기 기본금리가 연 4.5%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의 정기예금 금리는 1월 연 5.99%에서 2월 연 5.39%로 0.6%포인트 떨어졌다. 금리가 연 5% 미만인 정기예금이 전체 정기예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월 12.8%에서 2월 17.1%로 늘었다.

은행들이 최근 개발한 고금리 급여계좌 상품도 연 4.6%를 넘는 금리를 주는 상품은 많지 않다. 국민은행이 1월 선보인 ‘KB스타트통장’은 100만 원 이하의 잔액에 대해 연 4%의 금리를 준다.

○한은 금리 인하땐 더 떨어질 듯

전문가들은 최근 정부가 강조하는 내수 살리기를 위해 한국은행이 정책금리를 내릴 경우 실질금리는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정책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최근에 물가가 급등하면서 실질금리가 떨어지게 됐다”며 “물가상승이 원자재 가격 급등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한 것인 만큼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당분간 고물가로 인한 실질금리 하락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한은행 김은정 분당센터 PB팀장은 “물가가 빠르게 오를 때는 리스크는 있지만 고정금리와 투자형 상품의 비중을 3 대 7 정도로 유지해야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고정금리 금융상품 중에는 절세상품이나 은행이 한정적으로 내놓는 특판예금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펀드에 투자할 때는 변동성이 심하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기대수익률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의 실질금리 마이너스 금융상품
은행상품금리(연 %)조건구분
국민KB스타트통장4.0잔액 100만 원 이하요구불예금
가족사랑자유적금4.51년 만기적금
우리마이스타일자유적금4.61년 만기
신한탑스 적립예금4.41년 만기, 자유적립식
SC제일퍼스트가계적금4.51년 만기, 자유적립식
퍼스트정기예금4.21년 만기정기예금
기업실세금리정기예금4.51년 만기
가계우대정기적금4.251년 만기적금
금리는 기본 금리 기준. 자료: 각 은행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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