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NO.1]“선박하면 코리아” 조선한국의 신화는 계속된다

  • 입력 2008년 2월 25일 02시 50분


“한국에서 대통령 임기가 5년이지만 조선업은 임기가 없는 것 같다.”

수주량, 건조량, 수주잔량 등 조선부문 3대 지표에서 5년 째 세계 1위를 차지한 한국 조선업계에 대한 재계 일각의 평가다. 다른 나라 회사들이 넘볼 수 없을 정도로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국내 조선업체들의 경쟁력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 조선업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1위다. 현재 국제 선박 건조 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세계 ‘빅 3’(1∼3위) 조선업체도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모두 한국 회사다. 4∼6위와 9위에도 한국 회사가 이름을 올렸다. 한국 조선업계에 문제가 생기면 세계 선박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 영구 집권을 노리는 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은 세계 선박 건조량의 15% 이상을 차지하는 세계 1위 회사다. 1983년 세계 1위에 올라선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정상을 놓치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이 25년간 장기 집권한 밑바탕에는 끊임없는 기술개발 노력이 있었다. 선박해양연구소 등 4개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500여 명의 전문인력과 1400여 명에 이르는 선박 설계 인력이 신기술 개발에 나서면서 경쟁 회사들이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4년 10월 세계 최초로 독 없이 육상에서 건조한 10만5000t급 대형 유조선(러시아 노부십사 발주 선박)을 안전하게 진수시킨 것이다.

당시 조선업계에서는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지만 현대중공업의 치밀한 연구와 강력한 추진력으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다.

○ 신개념 선박으로 새 시장을 개척하는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은 극지(極地)에서 얼음을 깨고 운항할 수 있는 쇄빙 유조선, 수심이 깊은 해역이나 파도가 심한 해상에서 원유나 가스를 시추할 수 있는 드릴십 등 특수 선박 건조에 일가견이 있다. 특수 선박이 컨테이너선이나 유조선 등 일반 선박보다 부가가치가 높다는 점에 착안해 1990년대부터 기술 개발에 나선 결과다.

실제로 올 1월 러시아 국영 해운사인 소보콤플로트에 인도한 쇄빙 유조선인 ‘바실리딘코프’호는 세계 최초로 전진과 후진을 할 수 있는 선박으로 건조돼 세계 조선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바실리딘코프호 인도로 삼성중공업은 전 세계 원유 및 가스 매장량 중 25%가 집중돼 있어 ‘제2의 중동’으로 불리는 러시아 북부 극지에서 운항할 쇄빙 유조선 시장 선점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들어 크루즈 선에도 눈길을 돌리고 있다.

○ LNG 운반선 분야에서 독보적인 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은 LNG 운반선 분야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가진 회사로 통한다. 2000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발주된 240척 가운데 77척(시장점유율 32%)을 수주해 세계 LNG 운반선 분야 1위다.

대우조선해양이 LNG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25만m³급 LNG 운반선을 세계 최초로 설계하고 해상에 정박한 채 LNG를 공급할 수 있는 재기화 선박(Regasfication Vessel)을 세계 최초로 건조하는 등 ‘세계 최초’ 기술이 뒷받침됐다. 고영렬 대우조선해양 전략기획실장(전무)은 “단순 선박은 후발 주자에게 넘겨주고 부가가치가 높은 기술집약적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한국 조선업계가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 차세대 주자로 떠오른 STX조선

STX조선은 회사 설립 6년 만에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에 이어 세계 5위 조선업체로 떠오른 신흥 강호다. STX가 급성장한 배경에는 세계 조선 경기가 호황을 누린 측면도 있지만 공격적인 설비 및 연구개발 투자가 더 큰 역할을 했다. 특히 기존 공법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STX식 응용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졌다.

STX 측은 “진해 조선소에서는 LNG 운반선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 다롄조선소에서는 벌크선 같은 저부가가치 선박을 주로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계 조선업체 순위 (2007년 말 수주 잔량 기준)
순위회사명표준화물선 환산톤수(CGT)
1현대중공업1444만9000
2삼성중공업1094만4000
3대우조선해양968만7000
4현대미포조선504만1000
5STX조선416만2000
6현대삼호중공업401만
7중국 다롄 조선
(大連船舶重工集團有限公司)
385만
8중국 CSSC(中船 江南 長興 造船基地)290만3000
9성동조선해양280만9000
10중국 상하이 와이가오치아오 조선
(上海 外高橋 造船有限公司)
270만9000
자료: 영국계 조선 시황 전문 분석회사인 클락슨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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