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AIG發 세계금융 불안…기업신용보험 손실 축소발표

  • 입력 2008년 2월 13일 02시 50분


세계 최대 보험회사인 미국의 AIG가 기업 신용 보험 상품의 손실 규모를 크게 줄여 발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새로운 불안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AIG는 11일 신용파생상품의 하나인 신용부도스와프(CDS·Credit Default Swap)의 자산가치가 지난해 10∼11월 48억8000만 달러(약 4조6360억 원) 줄어들었다고 미국 정부에 보고했다. AIG의 고백은 외부감사인이 AIG의 CDS 가치산정 방식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고 지적함에 따라 나온 것이다.

이는 AIG가 앞서 일반에 공개한 CDS 감소 규모보다 4배나 많은 것이다. 이 때문에 AIG 주가는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1987년 10월 이후 하루 기준 최대 폭인 12% 폭락했다.

AIG는 CDS 감소 규모를 축소해서 발표할 당시 “최근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에 따른 금융위기와 관련해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CDS는 은행이 기업에 대출을 해 준 뒤 기업이 빌린 돈을 갚지 못하게 되면 대출은행과 손실보전 계약을 맺은 보험사 등이 이를 대신 갚아 주는 상품이다.

예를 들어 A은행이 B사에 신용대출을 해 주면서 C보험사와 ‘B사가 돈을 갚지 못할 경우 C보험사가 손실을 보전한다’고 계약하는 것이다. CDS의 자산가치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신용부도가 많이 발생해 보증을 선 보험사의 손실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신용평가기관 피치는 이날 성명을 내고 최근의 금융시장 상황과 관련해 AIG의 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또 다른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도 투자권고 보고서에서 “AIG가 이번 사태로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AIG는 2005년 회계부정 스캔들로 최고경영자(CEO)이던 모리스 그린버그 씨가 사퇴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사태로 현재 CEO인 마틴 설리번도 사임 위기에 처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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