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플레이모빌에 담긴 ‘유럽의 꿈’

  • 입력 2008년 2월 5일 03시 00분


전 세계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는 조립식 장난감인 덴마크의 레고와 독일의 플레이모빌. 어린이들은 건축물을 세우고 공간을 꾸미면서 창조력과 과학적 사고력을 자연스럽게 기르게 된다.

특히 이들 블록 또는 반블록 형태의 조립식 장난감이 유럽에서 인기를 유지하는 것은 유럽적 가치관과 정체성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가 분석했다. 레고는 올해 특허 출원 50주년을 맞았다.

▽‘기술자의 꿈’ 반영된 디자인=레고와 플레이모빌의 디자인은 기술을 중시하는 유럽의 전통적 가치관을 반영하고 있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설명이다.

안드레아 샤워 플레이모빌 최고경영자(CEO)는 “아들이 기술자로 성장하는 것은 한때 모든 독일 어머니의 꿈이었다”고 말했다. 레고나 플레이모빌이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인데도 사랑받는 것은 장난감을 조립하는 자식의 모습에 흐뭇해하는 부모 때문이라는 것.

이런 유럽형 장난감은 영국과 미국의 앵글로색슨형 완구제품과는 여러 가지 차별성이 있다. 앵글로색슨형 장난감은 영화나 TV를 통해 상업화된 캐릭터 위주인데 근육질 영웅과 탱크 등 호전성이 두드러진다.

반면 유럽형 장난감은 여성 경찰관 등에서 드러나듯 미국 장난감에 비해 여성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다만 인종 구성은 유럽형의 경우 백인이 대부분이어서 다양한 인종을 내세우는 미국 제품과는 차이가 있다.

▽세계화 지양하는 경영철학=이코노미스트는 또 이들 업체가 생산비 압박에도 불구하고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지 않는 것은 획일적 세계화에 반대하는 경영철학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마텔 등 미국 업체가 일찌감치 저임금 노동력이 충분한 중국으로 공장을 옮긴 반면 유럽 회사들은 고급화 전략으로 맞대응했다. 레고는 덴마크에서 70%를 생산하고 있으며 플레이모빌도 독일 체코 등 유럽 내 생산에 주력해 왔다.

유럽의 장난감 회사들은 인건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장을 자동화하거나 동유럽의 노동력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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