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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월 9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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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대출 있어도 카드사용 많고 연체 없어야
연체금 다 갚아도 2~3년간 등급 산정에 영향
새내기 직장인 한모(25) 씨는 최근 한 신용정보평가 회사의 사이트에서 자기 신용등급을 조회해 보고는 실망했다. 금융회사에서 한 번도 돈을 빌린 적이 없고 2개월 전 만든 신용카드도 연체한 적이 없는데 10등급 중 3등급이 나온 것.
이유를 묻는 한 씨에게 신용평가회사 측은 “대출 기록, 신용카드 사용 실적이 적으면 신용 상태를 판단할 근거가 부족해 1, 2등급이 나올 수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신용등급이 낮은(7∼10등급) 저(低)신용자에 대한 신용회복 방안을 내놓으면서 일반인 사이에서도 신용등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신용평가사, 은행 등 각각 신용등급 산정
신용등급은 크게 한국신용정보(한신정), 한국개인신용(KCB) 등 신용평가회사에서 제공하는 것과 금융회사들이 자체 산정하는 것으로 나뉜다.
신용평가사들은 은행 카드 캐피털 보험 등 금융회사와 백화점 국세청 대부업체 등으로부터 수백 가지 신용거래 정보를 모아 그중 15∼20개 항목을 반영해 신용등급을 매긴다.
정선동 한신정 CB기획실장은 “연체, 세금 체납, 금융회사들의 신용조회 등 부정적인 항목과 신용카드 사용실적, 대출 및 상환실적 등 긍정적인 항목을 모두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신용평가사는 이런 정보를 근거로 1000점 만점으로 점수를 내고, 부실 가능성을 기준으로 1∼10등급을 매겨 정보와 함께 금융회사에 제공한다.
은행을 비롯한 대형 금융회사들은 여기에 자체적으로 축적한 정보를 더해 내부 기준에 따라 별도의 등급을 매긴다. 반면 대부업체 등 소형 회사들은 신용평가사의 등급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 신용등급 대출금액은 15배로 늘어, 금리는 연 4.9%포인트 차이 나
한신정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만 18세 이상 신용거래자 3540만 명 중 최상위인 1등급은 6.8%(242만 명), 최하위인 10등급은 4%(141만 명)였다.
등급 산정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등급별 비율도 금융회사에 따라 차이가 난다.
A은행은 이 은행 고객 중 6%를 1등급으로, 2.4%를 10등급으로 분류했다. B은행은 1등급이 전체 고객의 5∼6%였고 돈을 빌릴 수 있는 최하등급인 8등급은 8∼9%였다.
신용등급에 따라 금융회사에서 빌릴 수 있는 대출한도와 금리는 크게 달라진다.
A은행은 10등급에게는 연소득의 10%밖에 빌려 주지 않지만 1등급 고객에게는 그 15배인 150%를 대출해 준다. 금리도 1등급은 연 7.16%지만 10등급은 연 11.5%로 높았다. B은행은 1등급에겐 연 7.24%로 돈을 빌려 주지만 8등급의 연 금리는 12.14%로 등급에 따른 금리 차가 4.9%포인트나 됐다.
○ 카드 많이 쓰고 연체 없어야 1등급
각종 연체는 신용등급을 깎아 먹는 주범이다.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5일 이상 1만∼10만 원을 연체하면 갚을 때까지 신용평가사에 연체 기록이 남는다. 상환하면 기록은 삭제되지만 최대 1년간 신용등급 산정에 반영된다. 90일 이상, 50만 원 이상 연체하면 갚은 뒤에도 최대 1년간 기록이 남으며 2∼3년간 신용등급에 반영된다.
또 한신정 기준으로 △1년 이상 500만 원 이상 국세, 지방세 등을 연체했을 때 △전화요금을 90일 이상 3만 원 이상 연체했을 때 △자동차 등 할부대금을 5일 이상 1만∼10만 원 이상 연체했을 때 연체금을 갚은 뒤에도 관련 기록이 1∼3년간 신용등급에 반영된다.
좋은 등급을 얻기 위해선 활발한 신용거래가 필수이다. 한신정에 따르면 1등급 중 대출이 있는 이들의 평균 대출금액은 6000만 원, 평균 카드 수는 5.3장으로 다른 등급보다 많은 편이었다.
또 신용평가사들은 단기간에 여러 금융회사에서 대출조회를 하는 사람은 대출이 급한데도 대출을 받지 못한 것으로 판단해 신용등급을 떨어뜨린다. 따라서 대출 상담을 지나치게 많이 받는 것도 피해야 한다. 또 소득 대비 부채비율도 40% 이내로 관리하는 게 좋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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