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돈 가뭄 → 금리 뜀박질’ 악순환

  • 입력 2007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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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은 줄고… 대출은 늘고… 금고는 비울 수 없으니…

《“들어오는 돈은 점점 줄고, 나가는 돈은 많으니 정말 걱정입니다.

은행이 금리 상승을 부추긴다고 하지만 예금이 모자라니 은행채나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 등 시장성 수신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어요.” 한 시중은행 자금담당 부행장의 하소연이다. ‘돈 가뭄’에 시달리는 은행들이 여수신의 불균형으로 고전하고 있다.

수익을 늘리기 위해 여전히 대출을 많이 하지만 총수신 증가세가 대출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일부 은행은 수신보다 여신이 많은 여수신 역전현상까지 발생했다.》

원화 대출-총수신 간 격차 좁아져… 여수신 역전된 곳도

은행채-CD발행으로 자금 조달… ‘예금 수호 전략’ 필요

○대출이 예금보다 더 빨리 증가

지난달 말 국민은행의 원화대출 잔액은 152조9723억 원으로 10월 말보다 3조499억 원(2.0%) 증가했다. 이는 작년 말(133조740억 원)보다 19조8983억 원(15.0%) 늘어난 것으로 은행권에서는 처음 대출 규모가 150조 원을 돌파했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은 올해 들어 13조4955억 원(37.1%) 급증하면서 대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반면 국민은행의 총수신은 지난달 말 현재 149조6841억 원으로 10월 말보다 1조5315억 원(1.0%)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원화 대출 잔액보다 3조2882억 원 부족한 규모다.

국민은행의 총수신은 올해 3조9522억 원(2.7%) 늘어 대출 증가액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은행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지난달 우리은행의 원화대출은 전월 말보다 3조600억 원(2.7%) 늘었지만 총수신은 2조2472억 원(2.0%) 증가에 그쳤다. 원화대출 전체 잔액은 115조1410억 원, 총수신 잔액은 116조509억 원으로 우리은행 역시 여수신 역전현상을 눈앞에 두고 있다.

신한은행도 원화대출과 총수신 간 격차가 10월 5조8355억 원에서 지난달 말 2조643억 원으로 좁혀졌다.

○경쟁력 있는 금융상품 내놓아야

대출이 수신을 추월하면 은행은 모자라는 돈을 채우기 위해 은행채나 CD 발행 등을 통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은행의 시장성 수신 확대는 시장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최근 CD금리가 17일(거래일 기준) 연속 상승하는 등 시장금리가 급등세를 보인 것도 은행들의 은행채 및 CD 발행 확대에 따른 것이다.

금융감독 당국은 “대출을 줄여야 한다”고 권고하지만 대출 감소는 수익성 악화로 직결되기 때문에 은행으로선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은행들이 예금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 수신 경로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국내에는 단기 금융시장이 발달하지 않아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형편이다.

전문가들은 은행들의 자금 조달이 어렵다면 ‘예금 지키기’ 전략으로 나가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수석연구원은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으로 자금이 빠져나가지 않게 경쟁력 있는 금융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며 “고금리를 주고도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영업환경을 개조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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