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7년 11월 28일 03시 19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대상이 자연조미료 ‘맛선생(鮮生)’으로 조미료 시장 1위 탈환을 선언하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국내 조미료 시장에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대상의 ‘선전포고’에 조미료업계 정상인 CJ제일제당은 ‘자연’이라는 표현이 소비자를 현혹할 수 있다며 발끈하고 나섰다.
두 회사는 1964년 아미노산계 조미료인 MSG로 만든 발효조미료 ‘미원’과 ‘미풍’을 놓고 격돌했다. 영업사원 간에 폭력사건이 빈번할 정도로 치열했던 영업전쟁의 결과는 미원(현 대상)의 승리로 끝났다.
이어 1982년에는 MSG와 천연 재료를 혼합한 종합조미료인 ‘맛나’와 ‘다시다’를 놓고 접전을 벌여 제일제당(현 CJ제일제당)이 이겼다.
○ 3300억원 시장… 1위 쟁탈전
대상은 27일 100% 천연 재료만으로 만든 ‘맛선생 소고기’와 ‘맛선생 해물’ 등 조미료 2종을 선보였다. 맛선생은 MSG, 합성향, 산분해간장, 핵산, 설탕, 합성보존 및 착색료 등 기존 조미료에 들어 있던 인공원료를 모두 빼고 쇠고기, 멸치, 홍합, 새우, 게, 마늘 등 천연 재료만을 넣어 만든 제품이라고 대상은 설명했다.
대상은 맛선생 시판을 계기로 올해 3월 선보인 액상조미료 ‘국선생’과 함께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자연조미료 시장을 선점해 전체 조미료 시장 1위 자리를 CJ제일제당에서 빼앗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국내 조미료 시장 규모는 발효조미료 1200억 원, 종합조미료 2100억 원 등 모두 3300억 원이다.
○ 위법 논쟁도 치열
CJ제일제당은 대상의 ‘맛선생’이 식품위생법을 어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료가 열처리나 가공 공정을 거치면 법적으로 자연조미료라고 할 수 없다는 것.
CJ제일제당이 올해 5월 선보인 ‘다시다 산들애’가 대표적인 사례. 이 제품도 ‘맛선생’처럼 MSG를 넣지 않아 CJ제일제당에서 ‘자연조미료’라는 표현을 쓰려고 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자연’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라는 유권해석을 내려 포기했다.
하지만 대상은 법을 어긴 것이 없다고 맞받아치고 있다. 식품위생법 중 식품 등의 표시 기준에 따르면 ‘천연’이라는 표현은 ‘단순 가공 물질 외에는 쓸 수 없다’는 규정이 있지만 ‘자연’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는 만큼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
대상 관계자는 “다시다 산들애는 화학 합성향이나 핵산 등 인공 성분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 제품인 만큼 맛선생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 어디까지 전선이 확대될까?
CJ제일제당은 이번 분쟁이 확산되는 것을 꺼리고 있다. 대상의 선전포고에 맞서면 맛선생만 간접적으로 홍보해 주는 역효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대상에 “‘자연’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라”는 공문을 보내는 것 외에는 별도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대상이 워낙 공격적으로 맛선생 마케팅을 펼치고 있어 ‘3차 조미료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CJ와 대상이 사돈지간이어서 과거만큼 치열한 전쟁을 펼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는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사위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