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40대]이종수 현대건설 사장

  • 입력 2007년 7월 1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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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야말로 인생의 출발점입니다.”

16일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건설 집무실에서 만난 이종수(58·사진) 현대건설 사장은 직장인의 인생에서 40대가 차지하는 위치를 ‘출발선’으로 규정했다.

“흔히 40대면 인생의 절반을 보낸 것이라고 얘기하죠.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학창 생활과 군 복무, 신입사원 시절과 달리 스스로 인생의 주도권을 쥐고 사는 시기는 중간관리자인 40대부터 시작됩니다.”

이어 그는 “40대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왕성하게 일할 때”라며 “40대를 어떻게 보냈는지에 따라 이후의 삶이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만 30세에 현대건설에 입사해 지난해 3월 사장이 됐다. 40대 때의 경험이 최고경영자(CEO)가 되는 데 어떤 밑거름이 됐는지 들어봤다.

○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이 사장은 40세가 돼서야 차장이 됐다. 동기들은 대부분 30대 후반에 차장이 됐지만 그는 승진에서 2번이나 누락됐다.

“승진이 늦어 어찌나 창피했던지…. 차장이 되기 전까지 현대건설 말레이시아 지점 과장으로 있었는데, 한국에 들어오질 못하겠더라고요. 현지 근무를 2년이나 연장했어요.”

하지만 이 사장은 초조해하지 않았다.

“열심히 일했는데 회사는 왜 몰라주느냐며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이 더러 있습니다. 하지만 평가는 엄연히 내가 아닌 주변사람들이 하는 것입니다. 저는 승진을 못했을 때 그런 불만을 안 가졌고, 어느 자리에 가서든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만 했어요.”

그래서인지 이 사장은 동기들에 비해 출발은 늦었지만, 40대 들어 차장부터 임원(이사대우·49세)까지 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CEO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통념을 깬 셈이다.

○ 40대 경험이 경영철학 밑거름

이 사장은 ‘현대건설=불도저식의 경영’이라는 이미지를 깬 것으로도 유명하다.

“당시만 해도 현대건설에 상명하복(上命下服)의 문화가 있었는데, 저는 사장이 되면 반드시 이 문화를 고쳐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장점도 있지만 상사 한 명의 결정이 잘못됐을 때는 그에 따른 기회비용이 너무도 컸습니다.”

그는 차장 시절에 사원, 대리, 과장들로 이뤄진 ‘주니어보드’를 만들어 후배들의 의견 수렴 창구로 활용한 경험이 있다.

두루 의견을 수렴한 뒤 옳다는 판단이 서면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추진력도 그때 배운 경영 노하우라고 했다.

이 사장이 부장 시절 인사업무를 담당할 때 일본의 ‘빅3 건설사’로 꼽혔던 ‘가지마(鹿島)건설’에 사원 500명을 무더기로 연수 보낸 것도 널리 알려진 얘기다.

해외여행이 일상화되지 않았던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일이었는데, 그가 처음에 제안을 하자 일부 임원은 “놀러 가는 게 아니냐”며 손을 내저었다.

그러나 그는 “많은 직원이 변화를 직접 겪어야 회사가 변한다”는 일념으로 이 계획을 성사시켰다.

○ 직장과 가정 사이

이 사장은 40대가 되니 무엇보다 책임이 훨씬 커지더라고 말했다.

“30대에는 위에서 지시하는 대로 일하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 정도만 생각하면 됐는데, 부하 직원과 상사에 둘러싸인 40대는 ‘샌드위치 역할’을 잘 해내야 했지요.”

그는 특히 자신이 만나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려 애썼다고 했다. 예컨대 경조사에는 아무리 늦어도 빼놓지 않고 찾아가 얼굴을 보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 이 사장도 가정에 관한 한 아쉬움이 적지 않다. 특히 40대에는 줄곧 업무 강도가 센 기획실에 근무해 가정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직장과 가정에 모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은 슈퍼맨(우먼)이 되라는 것”이라며 “직장에 충실하려면 가정생활을 일정 부분 희생할 수밖에 없었다”며 겸연쩍게 웃었다.

이종수 사장은

△1968년 서울고 졸업

△1973년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1978년 현대건설 입사

△2006년 현대건설 사장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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