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의원 "한미 FTA 비준 반대"

  • 입력 2007년 6월 10일 15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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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의 2008년 대선레이스 선두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9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본질적으로 불공정하다"며 비준에 반대하겠다고 밝혔다.

힐러리 의원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다른 민주당 경선주자들도 민주당의 주요 지지기반인 노조를 의식해 FTA에 비판적 태도를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FTA가 연내에 미 의회에서 처리되지 못할 경우 아예 내년말이나 2009년으로 FTA 처리가 미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힐러리의 반대논리= 힐러리 의원은 이날 미국 최대 노조연합체인 미국노동총동맹-산업별회의(AFL-CIO) 주최로 자동차 산업 본산지인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다. AFL-CIO가 민주당 후보들을 불러 정견을 듣는 첫 행사였다. 청중 대부분이 자동차 노조원들이었다.

힐러리 의원은 "미국이 한국과 맺고 있는 굳건한 관계를 평가하지만 한미 FTA는 미국의 자동차산업을 저해하고 무역적자를 높이며, 중산층의 일자리를 빼앗아 미국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한국은 미국에 70만대의 자동차를 수출한 반면 미국 자동차의 한국 내 판매는 6000대에 그쳤다"며 "130억 달러에 달하는 대한(對韓) 무역적자의 80% 이상이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힐러리 의원은 "한미 FTA 합의안은 미국차의 한국 진출에 걸림돌이 되는 다양한 비관세 장벽들을 충분히 다루지 못했다"며 "그런 장벽들이 남아있는 한 미국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미국 내에선 더 심한 경쟁에 직면하고 한국시장에 대한 접근권은 별로 얻을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장벽을 문제삼는 것인지에 대해선 적시하지 않았다. 수전 슈워브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주 "한미 FTA 내용이 미 자동차 업계에 불리하다고 얘기하는 것은 근거 없는 생각(myth)"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대선과 FTA= 노조는 민주당의 주요 지지기반이며 특히 전미자동차 노조(UAW)는 AFL-CIO내에서도 가장 막강한 조직이다. AFL-CIO의 존 스위니 위원장과 티아 리 정책국장 등 지도부는 본보와 인터뷰에서 한미 FTA에 대한 반대 방침을 밝힌바 있다.

따라서 버락 오바마 의원, 존 에드워드 전 의원 등 다른 민주당 주요 주자들이 한미 FTA를 찬성하고 나설 가능성도 크지 않다.

물론 만약 연내에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가 이뤄진다면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반대는 큰 변수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연말을 넘기면 내년은 아예 건너뛰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의회 다수당인 민주당 대선후보가 공식적으로 반대하는 안건을 밀어붙인다는 건 너무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무역촉진권한(TPA) 기간 내 이뤄진 FTA의 의회처리 규정에 따라 국제무역위원회(ITC)가 한미 FTA를 평가한 보고서를 9월말에 의회에 제출하고 행정부가 그 직후 비준동의안을 제출한다 해도 10월과 연말의 휴회 기간을 감안하면 의회가 연내에 이를 처리하기는 물리적으로 빡빡하다.

특히 하원의 무역소위 샌더 레빈 위원장은 자동차산업의 대변자로 불리는 인물이어서 안건을 규정상 처리시한인 회기일 기준 45일을 다 채울 때까지 붙잡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미 의회 및 FTA 전문가들은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FTA 청문회는 하루 이틀에 끝나지 않을, 매우 상세하고 논쟁적인 청문회가 될 것으로 보여 의회 처리 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한 바 있다.

로이터 통신도 9일 "내년 11월의 대선 이후로 한미 FTA 의회 처리 절차가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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