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재계 CEO들 꿈에서도 “M&A”

  • 입력 2007년 5월 12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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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 개 회사를 인수합병(M&A) 검토 대상에 올려 놓고 있다.”(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2000억 원 규모의 제약사를 인수하겠다.”(김윤 삼양사 회장)

요즘 각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주요 ‘화두’는 M&A다. 최근 한 달여 사이에 공개적으로 인수합병 의지를 밝힌 최고경영자가 7명이다. 요즘처럼 CEO들이 경쟁하듯 M&A 의지를 밝힌 것은 드문 일이다.

장기적인 구상을 원론적인 수준에서 언급한 CEO도 있지만 삼양사 김윤 회장처럼 M&A에 들어갈 ‘실탄’ 규모나 구체적인 사업 업종을 밝히는 사례도 있다.

미리 정보가 새나가 일이 틀어질까 봐 혹은 경쟁사의 ‘방해 공작’이 있을까 봐 비밀리에 추진하던 기존 방식과는 분명히 다른 모습이다.

최근 한 달여 사이에 CEO들이 기자들과 공개적으로 만나는 간담회에서는 M&A가 단골 소재가 되고 있다.

최헌기 동부익스프레스 사장은 지난달 2일 “중소 택배사에 대한 M&A를 통해 2010년 택배업계 선두로 올라서겠다”고 말했다.

이웅열 회장도 지난달 11일 코오롱 창립 50주년을 맞아 3년 만에 기자들과 공식간담회를 열고 M&A를 제2의 도약대로 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원걸 한전 사장과 지성하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은 4월 18일 M&A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또 김반석 LG화학 사장과 원철우 듀폰코리아 사장, 김윤 회장 등도 기자 간담회나 언론 인터뷰를 통해 M&A를 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M&A를 추진하는 이유는 조금씩 다르다.

이웅열 회장과 이원걸 사장은 나란히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서 M&A를 추진한다”고 말했다.

M&A를 추진하는 이유가 같은 것은 코오롱과 한전 모두 ‘성장 정체’라는 고민을 안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은 회사 덩치를 키우기 위해 M&A를 선호한다.

지난해 6억 달러(약 57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듀폰코리아 원철우 사장은 “한국의 경제규모에 걸맞은 듀폰코리아의 성장을 위해서”라고 말했다.

또 김반석 사장은 “M&A를 통한 기업의 대형화 글로벌화는 앞으로 석유화학업계의 생존 해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M&A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는 기업들이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많아진 것은 달라진 국내의 경영 환경을 반영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LG경제연구원 이한득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한국 기업들이 새로운 분야로 진출할 때는 계열사를 만들었다”며 “예전에는 시간이 얼마 안 걸리고 성공 확률도 높았지만 지금은 이미 진출한 기업 때문에 자리를 잡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성공 가능성도 높지 않아 M&A를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M&A 대상을 국내 기업으로 한정하지 않고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도 최근에 나타난 특징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강원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 기업만 합쳐서는 세계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지 않기 때문에 해외 기업도 검토하는 것”이라며 “해외 기업을 M&A하면 국내 기업에는 없는 새로운 역량을 가져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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