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긴급 시론<4>/이상묵]산업 구조조정이 성패 가른다

  • 입력 2007년 4월 6일 03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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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사람의 마음은 성공에 대한 희망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복합돼 있다. 사람들이 서울로 올라오는 이유는 큰물에서 성공하면 보상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에는 전국에서 나름대로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는 사람이 몰려 있으므로 경쟁이 치열하고 웬만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 또 서울에서는 실패에 대한 대가가 냉혹하다. 서울에서는 경쟁에서 탈락해 일자리를 잃으면 길에서 잠을 자고 밥을 구걸해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를 수 있다. 지방에서는 경쟁에서 탈락했다고 그런 지경까지 가는 일은 좀처럼 드물다.

관세 장벽 사라진 ‘정글의 세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타결은 대한민국의 기업과 근로자가 세계 시장의 중심인 미국으로 상경하는 데 비유할 수 있다. 우리 기업과 근로자는 미국시장에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고 있는 세계적인 기업이나 근로자와 경쟁을 하게 되는 셈이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경쟁에서 이기면 대가가 종전에 비해 엄청나게 커지는 반면에 경쟁에서 지면 대가가 혹독해진다.

한미 FTA 타결 이후 한층 치열해질 경쟁을 극복하고 성공하려면 앞으로 전개될 경쟁 환경을 냉철히 분석하고 우리 스스로의 경쟁력을 키우는 길뿐이다. 미국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개발하고 생산해야 하는지, 기업이나 근로자는 어떤 능력을 키워야 하는지를 냉철히 분석하고 우리의 모습을 환골탈태해야 한다.

특히 우리의 산업과 기업을 구조조정하는 노력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 개방이 확대되면 각국이 비교우위 산업으로 특화되는 현상이 심화되기 때문이다. 산업의 구조조정을 추진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은 이른바 정태적인 비교 우위 관점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현재의 경쟁력을 기준으로 비교 우위를 판단하고 주력 산업을 결정하게 되면 현재의 산업구조와 경쟁력을 고착화하는 결과를 낳게 되기 때문이다.

개인의 관점에서 보면 분명히 좋은 직업과 나쁜 직업이 있다. 평생의 소득과 생활수준이 좌우될 직업을 현재의 능력만을 기초로 선택하면 더욱 좋은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교육과 훈련에 시간과 돈을 투자해 능력을 키워 좋은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노력을 기울인다.

국가의 경우에도 개인의 경우와 다를 바 없다. 산업에도 좋은 산업과 나쁜 산업이 있기 때문이다. 일률적인 판단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부가가치가 높고 생산성 증가 여지가 큰 산업이 좋은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대체로 농업보다는 제조업이 부가가치가 높고 생산성 증가 여지가 크다. 또 제조업보다는 금융업과 같은 서비스업이 부가가치가 높다.

기업 발목잡는 규제 하루빨리 없애야

국가가 좋은 산업을 주력 산업으로 가지려면 좋은 직업을 가지려는 개인과 마찬가지로 시간과 돈을 투자하여 경쟁력을 창조해야 한다. 한미 FTA의 타결은 한국과 미국 간에 좋은 산업을 주력 산업으로 가지기 위한 국가 간 경쟁이 한층 가열된다는 점을 의미한다.

또 그동안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손쉬운 수단으로 활용했던 각종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더는 활용할 수 없게 됐으므로 새로운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규제로 기업과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우리가 미국이라는 세계의 중심 시장과 FTA를 체결하는 일이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인지는 우리가 앞으로 스스로를 성공적으로 구조조정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이제 구조조정을 더 늦출 수 없는 이유다.

이상묵 삼성금융연구소 상무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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