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 종업원 지주회사로 가나

  • 입력 2007년 3월 13일 03시 01분


정부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갖고 있는 쌍용건설 주식 38.75%를 올 상반기(1∼6월)에 팔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 회사 우리사주조합이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은 외환위기 이후 회사가 부실해져 채권단이 소유권을 갖게 된 다른 기업의 우리사주조합과 달리 유일하게 주식 우선매수청구권(채권단 보유 지분을 우선적으로 살 수 있는 권리)을 보유하고 있다.

이원혁 우리사주조합장은 12일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주식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한 뒤 자체 보유 지분과 우호 지분을 더해 경영권을 인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사주조합은 캠코에 이어 이 회사의 2대 주주(18.35%)다. 우선매수청구권(24.72%)과 임원 지분(1.71%), 우호 지분으로 분류되는 쌍용양회 지분(6.13%) 등을 합치면 전체 주식의 절반 이상을 확보하게 돼 종업원 지주회사를 만들 수 있다.

종업원 지주회사 성공 여부는 우선매수청구권 행사가격에 달려 있다.

캠코는 주가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보태 주당 2만 원대 이상에서 매각 가격을 정할 계획이지만 우리사주조합은 일단 유상증자 때의 가격인 주당 5000원을 제시한 상태다.

우리사주조합은 캠코가 행사가격을 현재 주가(12일 종가 1만6150원)보다 높게 결정하면 노조가 실력행사에 나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사주조합이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매각 후 고용불안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회사의 종업원들이 경영권을 인수하는 데 대한 도덕성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이 조합장은 “경영권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노조와 우리사주조합이 서로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가운데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길 것”이라며 “다만 주주로서 최소한의 권리인 경영평가에는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럴 경우 직원들의 신망이 두터운 김석준 회장이 경영권을 계속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해 3월 분식회계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으나 지난달 특별사면돼 16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다시 등기이사로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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