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心을 움직이려 女心이 움직인다

  • 입력 2006년 12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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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수 이랜드 회장은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렉싱턴호텔 15층에서 그룹 임직원 40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내년 사업계획을 선포했다. 박 회장은 이날 그룹을 4개 부문으로 재편하고 부문별 최고경영자(CEO)를 임명했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는 여성의류회사 ‘데코’와 ‘네티션닷컴’의 박성경(49) 사장이 패션부문 CEO 겸 그룹 부회장에 임명돼 화제를 모았다. 박성경 신임 부회장은 그룹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박 회장의 여동생으로 그룹의 대외 활동을 주로 맡게 된다.》

롯데 신세계 이랜드 CJ 등 유통업계 오너의 여동생이나 딸, 손녀 등이 경영의 최전선에 나서고 있다. 이들 기업은 창업주에서 2세 또는 3세로 경영권이 넘어가는 과정이어서 이들의 역할 변화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성경 부회장은 1979년 이화여대 섬유예술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이랜드에 입사해 여성복과 의류 부문을 맡아 왔다. 박 부회장은 4일 취임사에서 “앞으로 4개 부문 책임경영 체제를 도입해 그룹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라며 “임직원들도 이에 걸맞은 마음 자세와 각오를 다져 달라”고 주문했다.

신세계는 정용진 부회장의 여동생인 정유경(34) 조선호텔 상무의 사무실을 이달 서울 중구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본점 18층에 마련하기로 했다.

최근 신세계는 정용진 부회장을 부사장에서 두 계단 승진 발령하는 등 경영권 상속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동생인 정 상무의 역할에도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48) CJ엔터테인먼트 부회장은 10월 미국 뉴욕 맨해튼센터에서 세계여성상을 받는 자리에 국내 언론인들을 초청했다.

이 부회장은 1999년 건강문제를 이유로 경영에서 손을 뗐다가 6년 뒤인 지난해 엔터테인먼트 담당 부회장으로 다시 경영 일선으로 돌아왔다. 이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 일선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적지 않다.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외손녀인 장선윤(35) 롯데쇼핑 이사의 행보도 주목 대상이다.

장 이사는 1997년 롯데면세점에 입사해 해외상품팀장 등을 거쳐 지난해 이사로 승진했다. 지난해 3월 문을 연 명품관 ‘에비뉴엘’을 총괄해 왔다.

그룹 안팎에선 장 이사가 “다른 일을 해보고 싶어 한다”는 얘기가 있다. 최근 롯데는 신세계인터내셔널의 전 해외명품 담당 부장을 스카우트하기도 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장 이사가 내년 초 임원 인사에서 다른 보직을 받을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고 귀띔했다.

물론 해당 기업들은 이들의 최근 행보에 대해 “경영권과는 무관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들이 차지하는 특수한 위치 때문에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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