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주의 힘 꿋꿋한 증시

  • 입력 2006년 11월 30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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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최근 열흘(거래일 기준) 가운데 9일 동안 주가가 떨어졌다. 이 기간의 하락률은 5%. 현대자동차도 같은 기간에 주가가 6% 떨어졌고 LG필립스LCD도 10% 이상 주가가 하락했다. 연말 상승장(랠리)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지만 한국 증시를 대표하는 이들 대형주의 최근 수익률은 신통치 않다. 대형 우량주 주가가 기를 못 펴는 이유는 환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나 현대차, LG필립스LCD 세 종목은 모두 수출 비중이 높은 수출 관련주이다.

11월 초 950원대를 육박하던 원-달러 환율이 한 달 새 930원에 겨우 턱걸이하고 있다.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기업들의 수익성이 나빠질 게 뻔하다.

반면 내수 우량주는 급등세다. 신세계는 6일 연속 상승하며 8.2%나 올랐고 농심 롯데쇼핑 오뚜기 등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증시주도주 수출주서 내수주로 이동

오랫동안 한국 증시는 수출주들이 이끌어 왔다.

지난해부터는 이런 흐름이 뒤바뀌고 있다. 특히 환율이 장기간 떨어지면서 수출기업의 실적이 나빠진 반면 내수주들은 수입하는 원자재 가격이 하락해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

삼성전자 등 한국 대표 기업들은 부진하지만 코스피지수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내수주의 선방 덕분이다.

특히 코스피지수는 환율 하락이 본격화한 9월 말부터 오히려 본격적인 상승세를 그리기 시작해 내수주의 위력을 과시했다.

실제 한국 증시를 주도하는 기업의 성격 자체가 바뀌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 가운데 매출액 대비 수출 비중이 30%가 넘는 ‘수출 관련주’는 39개로 내수주(61개)에 크게 못 미쳤다.

또 수출주와 내수주가 만들어낸 이익을 봐도 지난해까지는 수출주 비중이 43.4%나 됐지만 올해는 36.7%로 떨어졌다. 내수주의 이익 비중이 더 커진 셈이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수출 관련주의 주가가 일시적으로 반등할 수는 있겠지만 이미 수출주는 증시에서 선두주자 자리를 빼앗겼다”며 “당분간 내수주가 시장을 끌어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920원 선까지는 주가 상승세 지속

전문가들은 내수주의 선전으로 환율이 920원 선 이하로만 떨어지지 않는다면 증시는 안정적인 상승세를 보일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물론 환율이 920원 선 이하로 폭락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내수주가 얻는 것보다 수출주가 잃는 게 더 많아질 수 있어 연말 랠리에 대한 기대를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증권전문가는 일단 환율 920원 선이 지켜질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다.

교보증권 박석현 연구원은 “심리적인 지지선인 930원 선이 무너져도 연중 최저치인 920원 선은 지켜낼 것으로 보인다”며 “이럴 경우 증시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도 “내수주들은 환율이 하락하면 이익을 보기도 하지만 워낙 시장에서 독점력이 강해 안정적으로 실적이 좋아진다는 장점이 있다”며 “환율이 폭락하지 않는다면 당분간 국내 증시는 내수주 중심으로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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