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FTA 상경시위 무산…범국본, 도심집회 강행

  • 입력 2006년 11월 3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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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 막은 ‘경찰버스 담장’경찰이 29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집회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경찰 버스로 서울광장을 둘러싸 시위대의 진입을 막고 있다. 박영대  기자
시위대 막은 ‘경찰버스 담장’
경찰이 29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집회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경찰 버스로 서울광장을 둘러싸 시위대의 진입을 막고 있다. 박영대 기자
경찰의 금지 통고에도 불구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가 강행하려던 2차 총궐기대회는 경찰의 원천봉쇄로 무산됐다.

그러나 집회 참가자들은 소규모로 서울 시내 여기저기로 옮겨 다니며 게릴라식 시위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차로를 불법 점거해 극심한 도심 교통난이 빚어졌다.

하지만 각 지역에서 서울로 올라와 시위를 벌이려던 농민 2900여 명은 대부분 출발지에서 경찰의 제지에 막혀 우려됐던 대규모 폭력사태는 빚어지지 않았다.

[화보]서울 反FTA 시위대 도로 점거, 퇴근길 난장판

▽게릴라식 시위로 차로 점거=범국본은 당초 29일 오후 4시부터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농민과 노동자 2만여 명이 모여 총궐기대회를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경찰이 경찰버스로 서울광장을 미리 에워싸 버리자 범국본 측은 오후 4시 반경 집회장소를 중구 을지로입구로 바꿨다.

을지로입구로 모여든 1500여 명의 시위대는 롯데백화점 앞 8개 차로를 모두 불법 점거했다. 시위대의 차로 점거는 퇴근 시간대와 맞물리면서 이 일대 교통이 오후 4시 반부터 2시간가량 마비됐다.

기습 시위를 예상하지 못한 경찰은 오후 4시 40분경 전·의경 1700여 명을 시위현장으로 급히 보냈지만 이미 모든 차로는 시위대에 점거당한 뒤였다. 경찰은 수차례에 걸쳐 시위대에 해산 명령을 내렸으나 시위대가 응하지 않자 오후 6시 40분경부터 강제 해산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의 격렬한 저항으로 전·의경과 시위대 수십 명이 다쳤다.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소속 대학생으로 보이는 200여 명은 동대문 로터리에서 차로를 점거해 종로5가와 을지로4가를 거쳐 서울광장으로 이동하며 ‘게릴라 시위’를 벌여 이 일대 교통도 큰 혼잡을 빚었다. 이날 서울광장 집회에 앞서 서울역 대합실, 종로구 옥인동 국민은행 앞,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도 200∼300여 명(경찰 추산)씩 모인 소규모 집회가 잇따라 열렸다.

▽‘상경시위’는 막아=이날 전국 곳곳에서 농민과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 수천 명이 집회 참가를 위해 상경하려 했으나 경찰의 봉쇄에 막혀 대부분 자진 귀가했다.

경찰은 이날 새벽부터 주요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중심으로 전국 1252곳에 전·의경 383개 부대와 경찰관 1만3555명을 배치해 농민과 노동자들의 상경을 막았다. 경찰청은 전국 11개 지역 83곳에서 집회 참가를 위해 상경하려던 농민 2945명과 차량 261대를 차단했다고 밝혔다.

또 경찰은 서울역 광장에서 해산 명령에 응하지 않고 전·의경과 몸싸움을 벌인 시위 참가자 9명과 을지로입구 시위에서 전·의경을 폭행한 2명, 전북 전주시 열린우리당 전북도당 앞에서 각목을 휘두르고 돌을 던진 민주노총 전북본부 조합원 5명 등 모두 16명을 연행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이날 경찰이 집회 참가를 원천봉쇄한 데다 상경 의사를 밝힌 농민을 28일 밤부터 감시해 인권을 침해했다며 경찰청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을 포함해 부산 대구 울산 등 전국 10개 도시에선 이날 모두 9000여 명이 모여 FTA 반대 집회를 열었다.

[화보]서울 反FTA 시위대 도로 점거, 퇴근길 난장판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이 설 기자 snow@donga.com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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