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 커플=고부가 커플 “두 여인을 모십니다”

  • 입력 2006년 11월 16일 02시 56분


코멘트
맞벌이 주부 장현주(34·서울 강동구 암사동) 씨는 주말마다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의 시댁을 찾는다. 토요일 낮에는 시어머니와 장을 보거나 영화를 보고 저녁이면 시댁 식구들과 외식을 한다. 장 씨는 세 살짜리 큰딸을 시부모님이 돌봐 주면서부터 주말을 이렇게 보낸다.

“처음엔 주말마다 시부모님과 함께 지내는 게 부담됐어요. 아기 얼굴도 보고, 손녀 돌봐 주시는 게 고마워서 시댁을 찾은 거죠. 지금은 시어머니와 만나 밀린 얘기를 나누는 게 큰 즐거움이 됐어요.”

장 씨는 “회사 다니느라 피곤하다며 밥도 손수 차려 주실 정도로 신세대적인 시어머니”라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 달라진 고부(姑婦) 관계를 주목하라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가 달라지고 있다. 핵가족과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나타난 모습이다. 어머니와 딸 못지않게 친밀한 고부가 적지 않으며 맞벌이 때문에 육아나 가사를 시어머니에게 의존하는 며느리도 늘고 있다.

최근 현대백화점이 자사 카드 고객을 대상으로 고부 관계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혼 여성 1042명 가운데 40%가 자신의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견해를 존중해 주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민주주의’형이라고 답했다.

자유롭게 시어머니에 대한 정의를 내려 달라는 질문에도 엄마, 바다, 기둥과 같은 긍정적인 답변이 많이 나왔다.

전통적인 시어머니상(像)과 고부 관계가 깨지고 있는 것.

이에 따라 기업들도 기존의 부자(父子), 모녀, 할아버지-손자 등 혈육 관계 대신 고부 관계를 새롭게 주목하며 마케팅 대상으로 삼고 있다.

○ 고부 갈등 옛말… 기업들 ‘고부 이벤트’ 잇따라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아닙니다. 이곳에선 노을 앞에 가슴 설레는 두 여자입니다.”

올해 초 대한항공이 내보낸 광고 문구다. 대한항공은 터키 이스탄불을 여행하는 고부의 모습을 광고로 내보내며 이들이 여행을 떠나게 된 사연을 접수했다.

김은정 대한항공 마케팅팀 대리는 “28일 동안 2000건이 넘는 사연이 몰릴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며 “세대와 가치관의 차이를 뛰어넘은 새로운 고부 관계에 대한 사연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종가집은 지난해 ‘우리 어머니, 우리 며느리’ 캠페인을 열며 신상품인 두부 마케팅을 펼쳤다. 유아용품 전문회사인 보령메디앙스는 지난달 ‘시어머니의 며느리 사랑-발 씻어 주기’ 행사를 열었다.

지난해까지 친모녀를 대상으로 이벤트를 열었던 현대백화점은 29일 ‘시어머니·며느리 동안(同顔), 동심(同心) 콘테스트’를 연다.

시어머니, 며느리 커플의 참여 요구가 이어지면서 올해는 고부를 대상으로 행사를 준비했다. 19일까지 응모한 고부 가운데 얼굴이나 성격이 닮았거나 같은 취미를 가진 고부 등을 선정해 백화점상품권 등을 선물할 예정이다.

○ 친근한 고부 통해 친근한 기업 이미지 높여

최근 CJ해찬들의 태양초 고추장, 애경 퍼펙트 쿨워시 광고들도 부드러운 시어머니와 당당한 며느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유진영 JWT애드벤처 AE(광고기획자)는 “주 소비층이 젊은 주부들이기 때문에 새로운 고부 모습을 소재로 삼았다”며 “철없는 며느리가 등장해 거부감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사전 조사를 통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재미있다’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정지영 현대백화점 생활문화팀장은 “고부 마케팅은 소비자들에게 고부 관계의 의미와 가치를 되짚어 보고 가족의 관계를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며 기업에 대한 친근한 이미지도 높여 준다”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