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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9월 2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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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2시 서울 중랑구 묵1동 도깨비시장. 골목 중간에 있는 슈퍼마켓 ‘햇빛촌’ 묵일점의 정석윤(51) 사장은 매장 정리를 하느라 바빠 보였다.
묵일점은 전국 5만여 곳의 슈퍼마켓을 회원으로 둔 한국체인사업협동조합이 만든 프랜차이즈 브랜드 햇빛촌 1호점.
정 사장은 “10년 넘게 ‘묵일수퍼마켓’이라는 이름으로 장사하다 5월 햇빛촌으로 이름을 바꾼 뒤 한 달 매출이 20% 이상 늘었다”며 웃었다.
● 눈높이 진열대… 매장은 밝게
이름만 바꾼 게 아니었다.
대형 마트나 편의점에 비해 어둡고 어수선한 분위기였던 매장을 완전히 뜯어 고쳤다.
사람 키를 훌쩍 넘겼던 높은 상품 진열대를 없애고 그 대신 150cm 높이의 현대식 진열대로 바꿨다. 상품 규격에 맞게 진열대 칸살 간격도 조정했다.
이런 내부 단장 끝에 진열대 크기는 줄었지만 진열 상품 수는 8000개에서 1만 개로 늘었다.
전에는 거의 다루지 않았던 치즈와 공구 등 생활 잡화를 대폭 늘리는 등 상품 구색도 다양하게 갖췄다.
편의점처럼 실내 조명을 환하게 하고 계산대 위치도 출입구에 들어서는 고객의 얼굴을 바로 쳐다볼 수 있도록 바꿨다.
라면 과자 컵 등 일부 품목의 판매가격도 내렸다.
정 사장은 “깔끔한 매장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직원 한 사람을 더 채용했다”면서 “근무 환경이 좋아지고 수입도 늘어나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난달 인근에서 대형 마트가 문을 열었지만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며 “대형 마트나 편의점과도 승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동네 사랑방’ 역할도
햇빛촌은 대형 마트의 위세가 높아지면서 동네 슈퍼마켓이 쪼그라들자 체인사업협동조합이 자구책 차원에서 만들었다. 3월부터 슈퍼마켓 프랜차이즈로 영역이 확대됐다.
현재 햇빛촌으로 이름을 바꾼 슈퍼마켓은 모두 17곳. 올해 말까지 100곳, 내년 상반기까지는 1000여 곳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체인사업협동조합 안용수 부회장은 “5만 개 회원사를 모두 햇빛촌으로 바꾸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안 부회장은 “동네 슈퍼마켓은 물건만 파는 곳이 아니라 집안일을 상담하고 노인들의 말벗이 돼 주는 사랑방”이라며 “승산이 있는 싸움”이라고 말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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