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작년 영업이익 1조8000억엔…오쿠다회장 자기비판

  • 입력 2006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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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자동차회사들이 잘난 척하지만 남 흉내나 내는 정도다. 독자적으로 발명한 것은 사이드미러의 각도를 차 안에서 조종하는 장치밖에 없다. 기본 특허의 대부분은 외국이 갖고 있다.”

오쿠다 히로시(奧田碩·사진) 도요타자동차 회장 겸 일본 경단련(經團連) 회장은 성장력 및 경쟁력 강화를 주제로 19일 열린 일본 정부 경제재정자문회의에서 일본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이렇게 깎아내렸다.

일본 최강의 제조업체를 이끌고 있는 오쿠다 회장의 혹독한 자기비판에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도요타자동차가 세계를 그렇게 누비는데도…”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오쿠다 회장과 고이즈미 총리 사이에 오간 말을 들으면 도요타자동차가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는 것처럼 들리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인 미국 GM이 적자 속에서 허덕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도요타자동차는 탄탄대로를 질주하고 있다.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도요타자동차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 증가한 1조8000억 엔(순이익 1조3000억 엔)에 이르렀다. 6년 연속 최고 기록을 갈아 치운 것이다.

미국 등에서 연료 절감 효과가 큰 차종이 날개 돋친 듯 팔리는 데다 엔화마저 약세를 보인 것이 이익 증대의 주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매출과 생산도 쾌조를 보이고 있다.

도요타자동차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보다 약 12% 늘어난 20조7000억 엔으로 추산된다. 미국 포드의 지난해 매출액은 20조8000억 엔.

생산 대수는 10% 늘어난 수치인 845만 대를 넘어섰다.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는 전년 대비 10% 증가한 226만 대를 팔았다.

일본 언론들은 이런 기세라면 도요타자동차가 올해 안에 GM을 제치고 자동차 생산 부문 세계 왕좌(王座)에 오를 것이 확실하다고 보도하고 있다.

한편 오쿠다 회장은 도요타자동차의 경영이 심각한 부진을 겪고 있던 1995년 8월 사장에 취임한 뒤 공격적인 경영으로 ‘도요타 신화’를 이뤄 낸 주역이다.

그는 최근 2010년까지 공무원 수를 5% 줄이기로 한 일본 정부가 삭감 대상 공무원을 경단련 등을 통해 민간 기업에 재취직시키려 하고 있는 데 대해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딱 잘라 거절하기도 했다. 그는 오히려 고위 관료들의 낙하산 인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1987년 국영철도를 민영화할 당시 경단련 등 경제단체를 통해 약 2만5000명의 공무원을 민간 기업에 취직시킨 바 있다.

6월 도요타자동차 회장 직에서 물러날 예정인 오쿠다 회장은 명예회장 직 취임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명예회장은 (지금 있는) 한 명으로 충분하다”며 “우선은 세계 일주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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