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1조 사회환원]鄭사장 돈줄막혀 경영권승계 차질

  • 입력 2006년 4월 2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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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19일 정몽구 회장 부자(父子)가 보유한 글로비스 주식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발표하면서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 구도는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정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36·사진) 기아차 사장이 글로비스의 지분을 팔아 기아차의 지분을 매입하는 것으로 경영권을 승계한다는 것이 재계의 일반적인 관측이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가 기아차 지분의 38.67%를 보유하고 기아차가 현대모비스 지분의 18.19%를, 현대모비스가 현대차 지분 14.59%를 각각 보유한 순환지배구조다.

기아차는 또 현대제철 지분 18.36%를 가지고 있는 등 주로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가 계열사 대부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정 사장이 기아차 지분 매집에 주력해 온 것도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중 1개 회사의 지분만 다량 보유해도 그룹 전체를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현대모비스와 현대차의 지분을 각각 7.9%, 5.20% 갖고 있다. 반면 정 사장은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주식은 거의 없으며 기아차 지분 1.99%를 보유하고 있다.

정 사장이 앞으로 현대차그룹의 지배권을 인정받을 정도로 기아차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글로비스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글로비스를 사회에 환원하기로 하면서 정 사장의 자금 동원 여력은 크게 줄었다.

정 사장은 글로비스 외에도 비상장 계열사인 이노션과 엠코의 대주주지만 이들 기업을 글로비스처럼 상장해 자금을 마련하려면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을 것이 뻔하다.

그렇다고 정 회장이 정 사장에게 보유 지분을 증여하면 50%의 증여세가 부담스럽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증여라는 ‘정공법’을 택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지만 전반적인 흐름을 볼 때 당분간은 경영권 승계 문제가 논의조차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대차그룹 발표에 영향을 받아 19일 글로비스 주가는 하한가까지 폭락하면서 3만5500원으로 마감해 지난해 12월 26일 상장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반면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다른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주가는 올랐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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