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요한 檢 공세에 ‘두 손’ 든 鄭

  • 입력 2006년 4월 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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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멕시코 공장의 鄭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가운데)이 최근 멕시코 티후아나에 있는 자동차 부품회사인 ‘현대트랜스리드’ 공장 증설 현장을 방문해 현지 근로자를 격려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의 미국 내 행방이 묘연하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7일 이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제공 현대자동차
현대차 멕시코 공장의 鄭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가운데)이 최근 멕시코 티후아나에 있는 자동차 부품회사인 ‘현대트랜스리드’ 공장 증설 현장을 방문해 현지 근로자를 격려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의 미국 내 행방이 묘연하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7일 이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제공 현대자동차
정몽구(鄭夢九)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의 귀국 결정은 검찰의 전방위 압박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정 회장이 귀국을 미뤄 봐야 수사 강도만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정 회장뿐 아니라 정의선(鄭義宣) 기아차 사장까지 동시에 소환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시간이 흐를수록 조여 오는 검찰의 압박에 정 회장이 손을 들었다는 게 그룹 안팎의 시각이다.

정 회장은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되던 2일 갑자기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 ‘도피성 외유’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 왔다.

○ “검찰 조사에 적극 협조”

현대차그룹은 7일 정 회장의 귀국 발표에 앞서 회장 동정 자료를 기자들에게 뿌렸다.

여기엔 정 회장의 미국 현지 움직임이 비교적 소상하게 적혀 있었다. 통상 정 회장이 해외출장을 가면 귀국한 다음에 현지 활동을 공개하던 관례에 비춰 보면 이례적이다.

검찰의 압박 공세에 현대차그룹이 그만큼 다급해졌음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정 회장은 우선 로스앤젤레스의 미국 현지 판매법인을 찾았다. 이어 캘리포니아 주 어바인의 기아차 디자인연구소 신축 현장을 방문했다.

또 멕시코 티후아나에 있는 자동차 부품회사인 현대트랜스리드 공장을 방문해 생산시설 증설 계획을 검토했다고 한다.

그러나 당초 출국 이유로 밝힌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차 조지아 공장부지 방문은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기아차 공장 기공식이 연기되면서 일정이 변경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 회장의 귀국에 앞서 현지 활동을 공개한 것은 세간의 도피성 외유 의혹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현대차 홍보실 임직원들도 정 회장이 경영활동을 위해 나간 것이지 결코 검찰 수사를 피해 도망간 게 아니라는 점을 기자들에게 계속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은 8일 인천공항에 들어오는 즉시 취재기자들을 만나 당당하게 출국 목적과 현지 활동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검찰 소환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말을 할 것이라고 그룹 관계자는 전했다.

○ 현대차 “회사경영 어떻게…” 촉각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 귀국 이후의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검찰 수사와 관련한 정 회장의 대국민 사과를 놓고 형식과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검찰 조사에 적극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취재진의 질의응답에도 응하면서 국민에게 사과의 뜻을 밝히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총수 일가 재산의 사회 환원을 포함한 사회공헌 문제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얘기가 나온다”며 “오히려 섣불리 사회공헌 문제를 꺼냈다가 역효과가 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염려했다.

그룹 내부에서는 정 회장의 귀국을 계기로 경영 정상화 기대감이 커졌다.

검찰 수사로 그룹의 대외신인도가 하락하는 등 위기에 처했지만 정 회장이 전면에 나서 수습하는 모습을 보이면 회사 경영도 어느 정도 안정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검찰 수사에서 불법과 비리가 더 드러난다면 정 회장이 향후 경영 일선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는 것조차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대외신인도 하락뿐 아니라 기업자금 조달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고 경영 시스템 자체가 바뀌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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