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지역 분양권 관련 비리 수사 결과

  • 입력 2006년 2월 24일 17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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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특수수사과 직원들은 최근 서울시 재개발 지역 자치구의 분양권 관련 비리를 수사하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시내 몇몇 구청의 재개발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계좌에서 수억 원씩의 뭉칫돈이 발견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A구청의 무허가 건축물 담당국장의 계좌에서 6억5000만 원의 뭉칫돈이 입금돼 있는가 하면 담당 공무원들 역시 재직 시 1인당 1억6000만 원~3억2000만 원의 '수상한' 돈이 입금돼 있었던 것.

관련 공무원들은 대부분 빌렸다거나 기억이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으나 경찰은 비리가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4일 일단 혐의가 드러난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날 영장이 신청된 서울 동대문구청 8급 공무원 박모(39) 씨는 부동산업자에게 돈을 받고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도록 무허가건물 등재대장 등을 허위로 작성한 혐의(뇌물수수 등)다.

또 박 씨에게 돈을 건넨 부동산업자 김모(50) 씨와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 아파트 입주권을 받도록 알선해준 재개발조합장 지모(51·여) 씨에 대해서도 각각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경찰은 또 공무원 3명, 부동산업자 2명, 무허가 건물주 6명을 각각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2003년 2월경 김 씨로부터 동대문구 전농3동 재개발 지역 내 철거대상 무허가 건물을 무허가건물 관리대장에 등재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1000만 원을 받는 등 모두 7차례에 걸쳐 3700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박 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된 지난해 10월 관련 서류를 임의로 없애거나 전산기록을 삭제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서울시는 허가를 받지 않고 지은 건축물이라 하더라도 1982년 4월 8일 이전에 지은 사실이 확인되면 무허가건물 관리대장에 등재해 소유권을 인정해주고 재개발 시 아파트 입주권을 주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공무원과 부동산업자, 재개발조합장 등이 결탁해 건물의 준공시점을 조작한 뒤 시행사로부터 아파트 입주권을 받아내는 수법으로 돈을 챙겨왔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시의 무허가 건물관리 전산시스템은 공무원이 자료를 마음대로 삭제해도 아무런 기록이 남지 않는다"며 "공무원들이 이 점을 악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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