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회장 경선… 무역협회가 심상찮다

  • 입력 2006년 2월 2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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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변은 일어날 것인가.’

1946년 출범한 한국무역협회 사상 처음으로 경선으로 치러지는 차기 회장 선출을 하루 앞둔 21일. 무역업계를 비롯한 재계는 물론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이번 선거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무역협회 회장단은 20일 정부가 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희범(李熙範) 전 산업자원부 장관을 후보로 추대했지만 이에 반발하면서 출마를 선언한 김연호(金連浩) 동미레포츠 회장을 지지하는 회원사들의 기세도 만만찮다. ▶본보 21일자 A2면 참조

대기업 중심의 무협 운영을 비판하면서 김 회장 지지를 선언한 중소 무역업체들의 모임인 ‘한국무역인포럼’은 이미 3500여 회원사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무관심 전략’을 펴온 무협 측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위임장 확보 등 대책 마련에 나서 2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무협 총회 결과가 주목된다.

무협 안팎에서는 김 회장의 당선 가능성을 높지 않게 보면서도 만약 그가 당선된다면 ‘엄청난 사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반(反)이희범’ 세력 확산

무협은 그동안 회장단에서 추대한 회장 후보를 총회가 의결하는 형식으로 선출해 왔다.

무협의 전체 회원사(6만8000여 개) 가운데 총회 의결이 효력을 갖는 의사정족수는 2000표(위임장 포함). 하지만 실제 참석인원은 600∼800명에 그쳐 무협 사무국이 회원사로부터 위임장을 받아 의결권을 대리 행사해 왔다. 보통 실제 참석자와 위임장을 맡긴 사람을 합하면 3000여 명 수준이었다.

하지만 ‘반이희범’을 선언하고 나선 무역인포럼이 16일부터 21일 오전까지 확보했다고 주장하는 위임장은 이미 3500여 장. 사실이라면 이미 예전 총회의 의결권 수를 한참 넘었다. 포럼의 곽재영(郭再榮) 대표는 “총회가 열리기 전까지 위임장 4000장 확보는 무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 비상 걸린 무협, 대책 마련 분주

그동안 ‘반란세력’의 존재 자체를 외면해 온 무협 사무국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포럼 측 세력이 빠른 속도로 불어나자 21일 비상회의를 소집하는 등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무협은 서울 본사와 지방 지사의 직원들을 동원해 위임장 확보에 주력했다. 이에 따라 이번 회장 선출을 위한 총회는 과거 어느 때보다 뜨거운 분위기 속에 열릴 것이 확실시된다.

무협 관계자는 “포럼 측 지지세가 당초 예상보다 클 뿐만 아니라 속도도 빨라 우려하고 있다”면서 “밝힐 수는 없지만 협회가 확보한 위임장이 포럼 측보다는 많아 이 전 장관이 무난히 회장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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