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허와 실

  • 입력 2006년 2월 22일 02시 59분


코멘트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이었던 영화배우 이영애 씨가 20일 조용히 귀국했다. 하지만 ‘주식회사 이영애 파문’은 아직도 가라앉지 않았다.

‘이영애 파문’이란 코스닥기업 뉴보텍이 7일 “이 씨가 설립할 예정인 ‘주식회사 이영애’에 지분을 투자하고 경영권을 확보해 계열사로 편입시킬 예정”이라고 공시했지만 결국 사실무근으로 밝혀진 것.

한때 2만1500원까지 올랐던 뉴보텍의 주가는 허위로 밝혀진 뒤 연일 하락해 최근 1만 원대 아래로 떨어졌다. 이 씨는 뉴보텍 경영진을 명예훼손 및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으며 손해를 본 소액주주들도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연예인 효과’로 주가가 출렁인 회사는 이 밖에도 많다.

○한탕 좇는 투자자 몰려 주가 뻥튀기

지난해 증시는 톱스타들의 움직임에 주목했다. 장동건 하지원 정준호 권상우 씨 등의 이름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오르내렸다. 이들이 투자한 종목에는 수많은 ‘개미’가 몰려 주가가 급등했다.

연예인들이 주로 투자한 엔터테인먼트 종목은 지난해 바이오 종목과 함께 테마주를 형성했다.

왜 그럴까. 삼성증권 최영석 연구원은 “한류와 미디어 다양화에 따른 기대감”이라고 진단했다.

영화 드라마 음반 등 공연예술 콘텐츠가 이제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팔릴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이윤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공중파 채널밖에 없었던 미디어가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케이블방송, 차세대휴대인터넷(와이브로) 등으로 다양해졌다는 점도 한몫했다.

그러나 연예인 효과의 실체에 대해서는 의심 어린 시선이 많다.

대우증권 김창권 연구원은 “경영실적을 예측할 수 없는 기업에 연예인의 이름을 붙인 다음 가치가 오르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지분 참여를 한 연예인은 단순한 ‘얼굴마담’이 아니라 기업과 운명을 함께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얼마 전 스펙트럼DVD의 주가 조작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하지원 씨는 지난해 5월 확보했던 지분 11.67%의 절반가량을 주가가 급등한 8월에 팔았다.

심지어 연예인들이 주가 조작의 ‘얼굴마담’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규제보다 성숙한 투자문화가 중요

전문가들은 이번 파동이 한국 증시의 잘못된 투자 문화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기업은 주가를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기업의 실체와 상관없이 테마에 한 발 걸치기 일쑤다. 많은 코스닥기업이 ‘바이오 테마’를 등에 업고 주가상승을 즐기다가 ‘황우석 파문’ 이후 ‘우리는 줄기세포와 관계없다’고 공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투자자들은 이런 문제점을 알면서도 ‘테마주에 속하면 주가가 뜬다’라는 경험을 바탕으로 투자에 나선다.

정부는 뒤늦게 ‘이영애 파문’의 수단이 된 우회상장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코스닥시장의 ‘껍데기 회사’를 인수합병(M&A)할 때뿐 아니라 주식 맞교환, 영업양수를 할 때도 대주주는 2년간 보유 주식을 팔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 곽성신 코스닥시장본부장은 “벤처기업 활성화를 위해 2004년 우회상장 규정을 완화했지만 일부 기업이 이를 악용하고 있어 규제를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규제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성숙한 투자문화다.

본인도 모르게 파동의 주인공이 된 이 씨는 한 인터뷰에서 “경제를 잘 모르지만 투자자들도 앞으로 더 자세히 알아보고, 주의 깊게 생각한 후 투자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위의 이미지 클릭후 새창으로 뜨는 이미지에 마우스를 올려보세요. 우측하단에 나타나는 를 클릭하시면 크게볼 수 있습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