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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월 20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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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점 신세계 이마트는 지난해 전국 83개 점포에서 총 8조 원의 매출을 올려 롯데백화점 매출(약 7조9000억 원)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12년 역사의 할인점이 100년 역사의 백화점 업계 1위 업체를 제친 것이다.
백화점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사건은 이 밖에도 많다.
한국에 백화점이 탄생한 지 100년. 백화점은 이제 덩치 큰 퇴물로 남을지, 위기를 딛고 재기할 수 있을지 기로에 서 있다.
○100년의 역사, 좁아지는 입지
한국의 백화점 역사는 일본 미쓰코시(三越)백화점이 1906년 서울 중구 충무로 인근(현 사보이호텔 건너편)에 지점을 내면서 시작됐다.(출처: 두산대백과사전)
백화점은 단연 유통업의 꽃이었다. 고도 성장기를 거치면서 성장도 빨랐다. 하지만 1993년 할인점이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하면서 지위가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국내 백화점은 2003년, 2004년 2년 연속해서 매출이 줄었다. 100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해 소비가 약간 살아나면서 가까스로 마이너스 성장에서 탈출했으나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이것도 뒷걸음질친 것이라는 지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백화점 점포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말 99개에서 지난해 말 77개로 줄었다. 같은 기간 할인점 점포는 95개에서 295개로 급증했다.
한국백화점협회 이영복 차장은 “내수 부진과 함께 할인점의 다점포 전략이 주효하면서 백화점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고 했다.
○“문화와 가치를 팔아야 한다”
주부 최경자(53·서울 구로구 오류동) 씨는 최근 전기매트를 사러 현대백화점 목동점에 갔다가 허탕을 쳤다. 전기매트를 파는 매장이 없었던 것이다. 갤러리아백화점 콩코스점(서울역점)에는 식품, 가전용품, 가구 매장이 아예 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백화점이 할인점과 경쟁하기 위해 가장 먼저 취한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라며 “‘모든 물건을 다 판다’는 의미의 백(百)화점에서 이문을 남길 수 있는 상품만 골라 파는 ‘80화점’으로 전략을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 하원만 사장은 최근 팀장급 간부 100여 명이 참석한 워크숍에서 “시금치 한 단은 누구나 팔 수 있다. 백화점은 시금치를 어떻게 요리해야 맛있는지도 알려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품 하나를 팔아도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백화점만의 부가가치를 발굴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최근 롯데백화점은 서울 중구 소공동 본점 7층에 있던 월평균 매출 1억5000만 원짜리 완구 매장을 없앴다. 대신 그곳에다 50여 평 규모의 ‘키즈 카페’를 만들어 엄마가 쇼핑할 동안 아이를 돌봐 주는 놀이방과 유아 전문 미용실을 열었다.
신세계 유통연구소 장중호 부장은 “자릿세를 받는 ‘부동산임대업’ 형태의 경영으로는 더는 백화점이 설 자리가 없다”며 “‘문화와 가치’를 파는 쪽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화점 업계의 또 다른 승부수는 복합화. 주5일 근무제 정착, 참살이(웰빙)와 가치 소비 열풍으로 소비, 놀이, 휴식을 한곳에서 해결하려는 욕구가 커졌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이 지난해 8월 본점과 주변 일대를 명품관 ‘에비뉴엘’, 롯데시네마, 패션몰 영플라자 등 이른바 ‘롯데타운’으로 재구성한 것이 대표적이다.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백화점 업계 ‘빅3’는 서울 부산 충남 아산신도시에서 백화점 할인점 호텔 사무실 위락시설을 갖춘 초대형 복합단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유통 영업기획실장 최진융 상무는 “싼 가격과 다점포로 공격해 오는 할인점에 맞서는 최적의 전략은 쇼핑과 엔터테인먼트를 하나로 묶는 복합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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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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