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代 신불자 부부 ‘자활의 꿈’]“빚수렁 3년만에 아자아자!”

  • 입력 2005년 12월 2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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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실패로 나락까지 떨어졌던 문창희(오른쪽) 박명남 씨 부부가 21일 자신들이 운영하는 충북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혜동관’ 앞에서 재기를 다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청주=황진영 기자
사업 실패로 나락까지 떨어졌던 문창희(오른쪽) 박명남 씨 부부가 21일 자신들이 운영하는 충북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혜동관’ 앞에서 재기를 다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청주=황진영 기자
《“우리에겐 밝은 내일이 있다.” 46세 동갑내기 부부가 10평 남짓한 중국음식점 앞에서 주먹을 꽉 쥐었다. 애견카페를 하다 실패해 남편 문창희(文昌熺) 씨가 신용불량자가 된 이후 한때 나락으로 떨어졌던 이 부부는 2월 음식점을 개업해 재개 의지를 다지고 있다.》

21일 오후 3시 충북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혜동관’. 3평 남짓한 홀에는 4인용 식탁 4개가 놓여 있었다. 점심시간이 지나서인지 손님은 없었다.

부인 박명남(朴明南) 씨가 선 채로 주문 전화를 받았다. 5분 뒤 배달 나갔던 남편이 돌아왔다. 문 씨는 앉을 틈도 없이 자장면과 짬뽕이 든 배달 통을 들고 다시 나갔다.

“배달하던 종업원이 다쳐서 남편 혼자 배달해요. 오늘처럼 눈이 내리면 매출이 늘어 좋긴 하지만 길이 미끄러워 남편이 걱정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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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씨는 오토바이를 탄 남편을 애틋한 눈길로 쳐다봤다.

중국음식점을 하던 이 부부는 2000년 3월 ‘애견카페가 돈이 된다’는 말을 듣고 애견카페를 무작정 개업했다. 3년간 1억 원 이상의 적자를 냈다. 결국 4000만 원이 넘는 빚과 문 씨에게 신용불량자라는 굴레만 남았다.

“신용불량자는 남의 일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가게 월세도 못 낼 정도로 사업이 계속 꼬이면서….”

문 씨는 감정이 북받치는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청주 시내에서 진천군에 있는 보증금 1500만 원, 월세 7만 원짜리로 집을 옮겼지만 빚을 다 갚지는 못했다.

2003년 12월부터 문 씨는 중국음식점 배달원으로, 부인 박 씨는 가게 점원으로 나섰다.

“돈 갚으라는 독촉 전화에 은행에서 찾아오고…. 그때는 잠들면서 다음 날 아침에 눈이 안 떠지기를 기도했습니다.”

박 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몸서리를 쳤다.

2월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본업’에 복귀했다. 월세 보증금 1500만 원과 박 씨가 친정에서 빌린 1000만 원, 박 씨의 신용카드 4장으로 받은 현금서비스 500만 원이 밑천이었다.

부인은 홀에서 음식을 나르고, 남편은 오토바이로 배달을 했다. 부부는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매일 14시간씩 함께 일했다.

다행히 하루 매출이 40만∼50만 원에 이를 정도로 장사는 잘됐다. 종업원 3명의 인건비와 재료비, 임차료 등을 빼고도 한 달에 300만 원 정도의 수입이 생겼다.

하지만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애견카페를 하면서 생긴 빚에다 음식점 개업을 위해 무리하게 끌어다 쓴 카드 빚 때문에 이른바 ‘돌려 막기’로 급한 불을 꺼야 하는 상황이었다.

“카드 결제일이 다가오면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었어요. 100만 원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이 이해됐어요.”

부인이 힘들었던 시절을 떠올리자 남편 문 씨는 바깥으로 나가 담배를 한 대 물었다.

이 부부는 11월 사회연대은행에서 1500만 원을 지원받아 친정에서 빌린 돈과 카드 빚 일부를 갚으면서 한 고비를 넘겼다. 조흥은행에 채무가 있는 신용불량자에게 소액 대출사업을 하고 있는 사회연대은행이 문 씨 부부의 자활 의지와 사업성을 높게 평가한 것.

이 부부는 8일 4년 만에 처음으로 월 10만 원을 붓는 적금에 들었다.

재기를 다짐하는 부부에게 새해 소원을 물었다.

문 씨는 “식당에 딸린 방이 비좁아 중학교 1학년인 큰애가 삼촌 집에서 살고 있는데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인 박 씨는 “소원이 없어요. 그렇게 힘든 상황에서 벗어난 것만 해도…”라고 했다가 “음성 꽃동네에 매달 기부를 하다 못하고 있는데 형편이 나아지면 다시 기부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부는 성당에서 만나 결혼한 독실한 가톨릭 신자다.

청주=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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