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나성린]참여정부, 기업 위해 뭘 했나

입력 2005-12-13 03:03수정 2009-10-08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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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등 경제 5단체 부회장단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국회의 입법 동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노동자와 취약계층을 위한다는 미명하에 마구잡이로 추진하는 정부 여당의 인기 영합적 입법 행태와 표를 의식한 야당의 타협적 행태가,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노동자와 취약계층에도 불이익을 초래한다는 주장이었다.

경제단체는 웬만하면 권력과의 마찰을 피하려는 속성이 있다. 그런 이들이 기자회견이라는 형식을 통해 문제를 공식 제기할 때는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참여정부는 입만 열면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지만 경제가 어려워지자 마지못해 법인세율 2%포인트 낮춰준 것 외에는 지난 3년 가까이 기업을 위해 한 일이 없다. 최근 날치기로 통과시킨 사학법 개정안 처리에서 보듯이 보수 기득권층을 약화시키는 데에 국정 운영의 우선순위를 두다 보니 끊임없이 정치 불안과 국론 분열을 초래하고 경제 불확실성을 증폭시켜 결국 이 나라를 ‘기업 하기 싫은 나라’로 만들었을 뿐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과거의 ‘원죄’를 들먹이며 기업을 못살게 굴 것인가. 우리 경제의 견인차이며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이 무너지면 가장 고통받는 것은 노동자와 취약계층이다. 기업의 잘못된 행태는 비판받아야 하겠지만 세계 어느 나라도 우리처럼 기업을 싸잡아 적대시하진 않는다. 지난 3년 동안 참여정부와 노조 및 진보적 시민단체가 기업을 돕기 위해 한 일이 있었던가. 21세기 무한경쟁의 세계시장에서 취약한 자본력과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불굴의 기업가정신 하나로 버티는 우리 기업에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수시로 발목 잡고 기업에 불리한 입법만 해댄다면 우리 기업은 누구를 의지하며 세계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겠는가.

비정규직 법안만 해도 그렇다. 외국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바라는 기업의 소망과는 달리 기득권 노조의 반대에 밀려 정부가 밀어붙인 법안을 더 반기업적으로 만들려는 기도가 진행되고 있다. 생산성보다 높은 임금 인상 요구와 경직적 노사관계로 비정규직 양산을 조장하는 노조가 비정규직을 위하는 체하는 모습이 얼마나 위선적인가는 온 국민이 다 안다. 비정규직에 관한 법안이 강화되면 될수록 노조의 비호 밖에 있는 비정규직의 실업만 늘어날 뿐이다. 노조가 진정으로 비정규직을 위한다면 임금이나 고용 관행에서 스스로 희생하는 모습을 보이고 이 논의에선 빠져야 한다.

마찬가지로 여성, 장애인, 고령자,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들도 그 취지는 이해하나 기업의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빠른 속도로 보호를 강화하는 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이다. 이러한 입법은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켜 기업 경영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기업으로 하여금 비용을 줄이기 위해 취약계층의 고용을 오히려 줄이게 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 이 경우에도 현재의 열악한 상황을 점진적으로 개선함으로써 기업과 취약계층이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게 중요하다.

1997년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기업들은 많이 투명해지고 견실해졌다. 우리 경제를 세계 11대 대국으로 만든 것도 기업이고, 밖에 나가서 우리를 어깨 펴게 하는 것도 기업이다. 참여정부가 아무리 국정 운영을 잘못해도 우리를 먹여 살리는 것도 기업이다. 지금 우리 기업들은 과거처럼 특혜를 달라거나 도와달라고 하지 않는다. 제발 그냥 놔두든지 우리 경쟁국보다 더 열악한 기업 환경만 만들지 말아달라는 게 그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다.

나성린 한양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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