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간 협력경영]협력사와 나눌수록 강해진다

  • 입력 2005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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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에 기계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대동중공업은 올해 포스코에서 4억6000만 원의 ‘성과 보상금’을 받았다. 포스코 광양공장의 가이드 롤러를 쉽게 수리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한 때문이다. 또 포스코에 쇳물 시료 채취 장비를 공급하고 있는 ㈜우진은 포항제철소 스테인리스 제강공장의 쇳물 온도 측정 과정을 자동화해 보상금 1억9000만 원을 받았다. 이 자동화 장치로 포스코는 4명의 인건비를 줄였다.》

포스코의 ‘베네피트 셰어링(Benefit Sharing)’은 협력업체와 원가절감이나 품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고, 성과가 나오면 협력업체에 보상하는 제도다. 지난해 6월 도입한 이후 적지 않은 성과가 나오고 있다.

이제 대기업은 협력업체에서 ‘받으려고만’ 하지 않는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도움을 주고, 그 성과를 나누는 사례가 늘어가고 있다.

○ 성과를 나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올해 4월 포스코의 ‘베네피트 셰어링’으로 성과 보상금을 받은 포스코의 협력업체 대표들이 보상금 액수가 적힌 패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 포스코

포스코는 올해 베네피트 셰어링으로 5개 중소기업에 27억 원을 지급했다. 성과 측정을 기다리고 있는 기업은 16개나 된다.

포스코가 운영하는 철강 사이버 마켓인 스틸앤닷컴(www.steel-N.com)도 포스코와 중소기업의 ‘상생경영’을 보여 주는 좋은 사례다. 이 사이트에서는 제품별로 입찰 가능한 최대 수량을 정해 놓고 있어 대기업이 특정 제품을 한꺼번에 사가는 것을 막는다. 자금 여력이 열악한 중소기업이 제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

GS칼텍스는 여수공장 정비 작업을 조기에 마무리하는 협력업체들에 성과급을 주기로 했다. 이 회사는 또 자체 평가를 통해 매년 8개 협력업체를 선정해 포상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삼성 Q마크 인증서’를 주고 있다. 선정 과정은 꽤 까다롭다. 우선 1년 동안 협력업체의 설계, 품질, 납기, 애프터서비스 등을 평가해 우수 협력사를 선정한다. 이후 해당 업체에 대한 ‘품질 실사’를 다시 실시하고, 여기서 일정 기준을 넘어야 Q마크 인증서를 준다. Q마크를 획득하면 각종 혜택이 주어진다. 구매 물량을 확대하고, 선주에게 협력업체의 기술력을 홍보하는 자리도 만들어 준다. ‘시상금’이라는 현금 보상도 있다.

○ 의견 교환부터 협력업체 교육까지

협력업체의 고충과 건의사항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개선하는 대기업들도 적지 않다.

편의점 GS25 등을 운영하는 GS리테일은 매월 ‘협력업체 자문단 회의’를 열고 있다. 20여 개 협력업체로 구성된 자문단은 GS리테일에 개선해야 할 점, 보완해야 할 점을 건의한다.

GS건설은 ‘협력업체 멘터링 제도’를 시행 중이다. 이 제도는 GS건설의 임직원이 협력업체의 멘터(조언자)가 돼 애로사항을 함께 해결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멘터인 직원은 분기별로 협력업체를 방문해 GS건설에 대한 불만을 듣고 업무 개선에 반영한다.

협력업체 교육을 통해 궁극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대기업도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협력업체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기술 직무 능력 향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이 프로그램 운영비로 매년 60억 원을 쓰고 있다.

대우조선은 또 기술교육원을 운영하며 용접, 도장, 기계설치 등 선박 제조분야 기술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곳에서 배출한 기술자들의 취업을 알선해 준다.

현대자동차는 3년 연구 끝에 자체적으로 개발한 ‘듀얼매스플라이 휠’ 제작 기술을 지난해 부품업체인 평화발레오에 이전했다. 이 기술을 통해 그동안 독일과 일본에서 수입하던 부품을 국산화할 수 있었다.

현대차는 앞으로도 독자 개발한 특허기술을 협력업체에 이전해 자동차 산업 경쟁력 강화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8월 열린 신세계와 기업은행의 중소기업을 위한 ‘네트워크 론’ 업무 협약식. 신세계는 업계 처음으로 이 제도를 도입해 신세계와 납품 계약을 한 중소기업들이 손쉽게 은행에서 운영 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게 했다. 사진 제공 신세계

○ 자금난 걱정도 덜어준다

대기업들은 현금결제 확대 등을 통해 자금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협력업체들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도 한다.

신세계는 올해 1월부터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협력업체 납품대금을 최고 25일 앞당겨 결제해 주고 있다. 이로 인해 신세계는 연간 31억 원의 금융비용 부담이 더 생긴다.

그러나 내수 침체로 자금 운용이 어려워진 협력업체를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이런 부담을 감수하고 시행하고 있다는 것.

현대중공업도 협력업체에 대한 결제대금 지급횟수를 월 3회로 종전보다 한 차례 이상 늘렸다.

GS칼텍스는 제품에 하자가 없으면 납품 후 1주일 이내에 현금 지급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또 우수 협력회사로 지정되면 대금의 30%를 납품 전에 미리 지불하기도 한다.

포스코는 협력업체가 포스코와 구매 계약을 하면 담보없이 시중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는 제도를 시행중이다. 포스코가 보증인 역할을 하는 셈이다.

GS리테일은 지난해 말부터 ‘네트워크 론’ 제도를 도입해 자금이 급한 협력업체에 연 4%대로 운영 자금을 대출해 주고 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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