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2차전지 ‘지옥으로부터의 귀환’

  • 입력 2005년 10월 5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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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

미국 컴퓨터회사 애플은 “LG화학이 생산한 노트북 PC용 리튬이온 배터리 2만8000개에 대해 리콜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리콜 이유는 ‘과열과 이로 인한 화재 우려’였다.

이후 LG화학의 2차 전지 사업은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했다. 회수된 2만8000개의 배터리를 모두 폐기하고 교환·보상하는 데 든 직접적인 비용손실만 약 30억 원. 대외적인 신뢰도 상실은 더욱 아팠다.

2005년 8월.

LG화학은 일본 휴대전화업체인 소니에릭슨에 2억5000만 달러(약 2500억 원)어치의 리튬폴리머전지를 공급하기로 했다. 앞서 6월에는 HP와 3억 달러 규모의 노트북용 전지팩 공급 계약을해 ‘연속 홈런’을 쳤다.

도대체 1년 사이에 LG화학에는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 품질 개선으로 정면 돌파

2차 전지는 한국의 차세대 전략 상품.

1999년 LG화학이 첫 양산을 시작한 이래 해마다 초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하지만 지난해 리콜과 세계 시장의 공급과잉으로 LG화학은 353억 원의 적자를 내며 위기를 맞았다.

노기호(盧岐鎬) LG화학 사장이 뽑아든 칼은 ‘정면 돌파’였다. 그는 “품질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며 올해 4월 2차 전지 생산라인 전면 중단 결정을 내렸다.

충북 오창공장과 청주공장 생산 설비가 일제히 가동을 멈췄다.

자발적인 리콜도 단행했다. 애플사 노트북용 배터리 12만 개를 추가 리콜했다. 원통용 리튬이온 배터리의 일부가 찌그러지고 열이 나는 발열 현상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제품을 내놓기 위해 생산라인 중단과 자발적 리콜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놓은 것.

곧이어 전사적(全社的)인 노력이 시작됐다. 서울 본사의 전지사업부 직원 100여 명이 오창공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오창에서 근무하는 정보전자소재 경영지원담당 박현식(朴顯植) 수석부장은 “문제 해결을 위해 두 달 동안 연구원, 생산엔지니어 등 60여 명의 직원들이 밤낮으로 휴일도 없이 달라붙었다”고 말했다.

○ 불행 끝, 행복 시작

LG전자와 함께 LG그룹의 양대 축인 LG화학은 올 2분기(4∼6월)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 감소했다. 2차 전지 사업의 부진이 결정적이었다.

상반기 두 달 동안 공장을 ‘놀렸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2차 전지의 상반기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액이 1000억 원 감소한 1596억 원에, 적자폭은 작년 1년치(353억 원)에 가까웠다.

하지만 LG화학은 “바닥을 치고 이제 올라가는 일만 남았다”고 장담한다.

품질 개선 노력 끝에 6월 공장을 재가동한 이후 잇달아 대형계약을 성사시키며 시장의 신뢰를 회복했기 때문.

‘비장의 무기’들도 차례로 선보인다.

세계 최초로 불에 타지 않는 ‘난연(難燃)’ 전지, 리튬이온전지와 달리 모양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노트북용 리튬폴리머 전지를 올해 안에 출시할 예정이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2차 전지::

한 번 쓰고 버리는 1차 전지와 달리 여러 차례 재충전해 사용할 수 있는 전지. 휴대전화, 노트북, 디지털 카메라, MP3 플레이어 등 활용범위가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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