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경영]0.6초의 승부… CEO여! ‘디자人’이 되어라

  • 입력 2005년 9월 15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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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열대에 놓인 상품이 팔리기 위해서는 0.6초의 짧은 시간에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한다.”(미국 경영학자 톰 피터스)

디자인이 기업 경영의 새로운 화두(話頭)로 떠오르고 있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고르는 선택의 기준이 기술과 품질에서 디자인과 브랜드로 바뀌어 가면서 나타난 새로운 현상이다.

디자인 중심 경영은 외국에서 먼저 시작됐다.

그러나 국내에서도 삼성 LG 현대·기아자동차 등 대기업 중심으로 ‘디자인 경영’을 강조하면서 투자금액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 마쓰시타전기 애플 등 해외디자인 경영성공 잇따라

일본 마쓰시타전기산업은 지난해 ‘경사형 드럼 세탁기’를 내놓아 대히트를 쳤다. 이 제품의 타깃은 장애인이나 노인, 세탁물을 넣을 때마다 힘겹게 허리를 숙여야 하는 가정주부들이었다. ‘세탁 드럼통을 경사지게 만들면 덜 힘들다’는 특이한 생각을 해내 소비자가 바로 선 상태에서 세탁물을 넣을 수 있도록 한 것.

미국 애플은 혁신적인 누드 디자인의 ‘아이맥(i-Mac)’ PC로 기사회생했고, 작고 가벼운 미니멀리즘(Minimalism) 디자인의 MP3플레이어 ‘아이포드(i-Pod)’로 단숨에 세계 시장을 석권했다.

○ 디자인경영에 성공한 국내 기업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애니콜이 ‘디자인의 개가’로 꼽힌다. 획기적인 디자인으로 시장을 선도하며 고가(高價) 휴대전화 시장을 장악해 삼성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벤처기업인 레인콤도 디자인 하나로 대기업을 제치고 국내 MP3플레이어 시장을 석권했다. 매출액은 1999년 11억 원에서 2004년 4540억 원으로 급증했다.

여기에는 “디자인에 비해 부품이 크면 부품은 구겨서라도 넣어야 한다”는 레인콤 양덕준 사장의 디자인 중시 경영이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기업조직에서 힘의 우위가 엔지니어에서 디자이너로 넘어가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다.

산업자원부와 한국디자인진흥원은 최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2005 성공 디자인 상품’을 선정했다. 엔유씨전자의 ‘요구르트 청국장 발아 현미 제조기’는 여성들이 주로 사용한다는 점을 감안해 편의성에 역점을 두고 디자인을 개선했다.

그 결과 12억8000만 원에 그쳤던 매출액이 디자인 개선 후 161억 원으로 급증했다.

○ 디자인 경영, 대세로 자리잡는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 이후 삼성전자 LG전자 현대·기아자동차 등 대기업 중심으로 서서히 디자인 경영에 눈을 떠간다. 주요 해외시장에 디자인 거점을 마련하고 글로벌 디자인 경영을 추진한 것.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해외 디자인상 수상 건수는 1998년 11건에서 2004년 65건으로 늘어났다.

현대자동차와 르노삼성자동차 등 국내 자동차 기업들도 엔진 성능 못지않게 고객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획기적인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 디자이너형(型) 최고경영자(CEO)가 필요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디자인 경영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CEO가 단순히 디자인을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서 디자이너형 CEO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디자인 경쟁력이 선진국에 못 미치는 원인이 디자인 전문 인력 양성의 부족과 소규모 디자인 회사의 난립뿐만 아니라 CEO의 마인드 부족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한국디자인진흥원에 따르면 디자인이 투자원금 대비 산출물이 매우 큰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한국의 디자인 투자금액은 기술 연구개발비의 4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대한상의는 따라서 경영프로세스와 조직운영, 자원배분 등에 있어서 디자인을 중심에 놓을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CEO의 디자인 마인드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동아일보-산업정책연구원 공동기획

▽경영은 종합예술▽

경영이란 끊임없는 창의적 연구를 통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며 사람의 공동생활을 더 나은 모습으로 바꾸는 종합예술이다.

- 日마쓰시타전기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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