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부동산에 ‘개미 투기꾼’…“돈만 된다면” 우르르

  • 입력 2005년 9월 7일 04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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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경찰 국세청 건설교통부 등으로 구성된 정부 부동산투기사범 합동수사본부(본부장 이동기·李東기 대검찰청 형사부장)는 7월 7일부터 8월 31일까지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한 특별단속을 벌여 2849명을 입건했고 이 가운데 147명을 구속했다고 6일 밝혔다.

합동수사본부는 특히 부동산을 대거 매입한 뒤 텔레마케터를 고용해 일반인에게 허위 정보를 흘려 최고 10배 이상 비싼 가격으로 되파는 이른바 ‘기획부동산’ 업체 23개를 집중 단속해 124명을 입건하고 이 가운데 46명을 구속했다.

이번 단속에서 적발된 기획부동산 피해자는 3800여 명, 피해 금액은 1200억 원에 이른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합동수사본부는 또 이번에 적발된 투기 사범 가운데 변호사와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와 공무원, 주부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합동수사본부는 앞으로 가격 폭등 조짐을 보이고 있는 서울 송파구 거여신도시 등 신규 개발 대상 지역에 대한 투기 단속 전담반을 구성해 불법 투기 행위를 엄단할 방침이다.

▽기획부동산이 권유한 땅은 대부분 불모지=A사는 “충북 제천시의 특정 지역이 관광지로 개발돼 펜션 단지가 조성되면 단기간에 3, 4배의 수익이 예상된다”며 피해자 104명을 속여 매매 대금 108억 원을 챙겼다. 하지만 이 부지는 개인 명의로 사거나 개별적으로 펜션을 지을 수 없는 곳. A사는 5개의 부동산 전매회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기획부동산 업계의 ‘사관학교’로 불리고 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B, C사는 군사 시설 보호구역이나 보전 임지로 지정돼 사실상 개발이 불가능한 강원 고성군 화진포와 평창군 진부면 일대의 땅을 샀다. 이후 텔레마케터를 동원해 “화진 호수 부근에 관광단지가 조성된다” “동계올림픽이 유치되면 땅값이 급등한다”는 등의 거짓말로 평당 1만5000∼3만 원짜리 땅을 평당 35만 원에 팔아넘겼다.

‘칼질’로 불리는 분할매도 수법도 즐겨 사용됐다. D사는 충북 충주시 모 지역에 산업단지 조성 계획이 발표되자 인근 임야 1만여 평을 평당 6만 원에 산 뒤 44필지로 조각을 내 평당 30만 원씩에 팔아넘겼다.

▽‘투기 자매’=친인척 명의를 빌려 17억7000여만 원의 전매차익을 챙긴 30대 초반의 자매도 있었다. 조모(32·여) 씨는 친인척 명의를 빌리거나 위장 전입을 하는 방법으로 2002년 8월 서울 강남에 있는 한 주택조합 아파트 32평형 5채를 분양 받았다. 한 살 아래 여동생도 24평형 아파트 6채를 분양 받았다.

이들은 분양 받음과 동시에 각각 9억4000만 원과 8억3000만 원의 차익을 거뒀다. 조 씨는 아파트 10채, 상가 32곳, 오피스텔 24실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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