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1 부동산종합대책]“약발 최소 1년 갈것”

  • 입력 2005년 9월 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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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1 부동산 종합대책’이 나오자 주택을 여러 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은 없으나 집을 그대로 갖고 있어야 할지, 팔거나 증여를 해야 할지 계산기를 두드리느라 바쁘다. 부유층을 주로 상대하는 은행 프라이빗 뱅킹(PB) 전문가들도 바빠졌다. 이들은 “이번 대책으로 부유층은 1가구 2주택 소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강화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 당분간은 관망세

31일 서울 강남지역의 은행 PB센터는 한산했다. 이미 알려진 것 외에 새로운 내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은행 PB 전문가들은 부동산시장도 당분간 급박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1가구 2주택 소유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조치가 유예기간을 거쳐 2007년부터 시행되고 보유세 강화 역시 부과 기준일인 내년 6월 1일 전까지 팔면 해당되지 않기 때문.

특히 집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심리가 크기 때문에 당분간 거래 자체가 안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다.

하나은행 함형길(咸炯吉) 팀장은 “이미 팔 사람들은 다 팔았다”며 “부동산에 투자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자금이 많았는데 1, 2년 뒤까지 기다리겠다는 고객이 늘었다”고 전했다.

일부 PB센터에는 최근 해외 부동산 투자를 묻는 전화가 하루에 몇 통씩 걸려오기도 했다. 국내 부동산시장의 수익성이 떨어질 것으로 판단한 투자자들이 미국이나 중국 등지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 부동산시장은 단기적으로 안정

세금 부담에 따른 매물이 꾸준히 나올 내년 말까지는 주택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특히 양도세 중과 유예기간인 내년 말까지 2주택자의 매물이 시장에 대거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높다.

우리은행 PB사업단 안명숙(安明淑) 팀장은 “앞으로 최소한 1년은 부동산 시세가 회복되거나 반등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9월까지는 단기적으로 하락 폭이 크겠지만 그 이후에는 거래가 끊겨 지속적인 약보합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집값 하락세는 부동산시장 과열의 진원지인 서울 강남지역이 아니라 강북지역 등 외곽에서 먼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주택자들이 강남지역 아파트를 팔기보다는 강북의 소형 아파트 등 수익성이 떨어지는 아파트를 먼저 팔 것으로 보이기 때문.

실제로 올해 1가구 3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을 앞두고 작년 하반기 강북 소형 아파트의 하락률이 두드러졌다.

○ 어떻게 해야 하나

한국씨티은행 고선영(高瑄英) 부부장은 “투자 가치가 높은 주택만 남기고 다른 주택은 처분하거나 증여하는 게 세금을 줄이는 방법이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다”며 “장기적인 자산 포트폴리오 전략을 다시 생각해 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시장에 대한 투자 매력이 어느 정도 약해졌다고 보고 주식시장으로 눈을 돌릴 것을 권하기도 했다.

적립식 펀드 등 간접투자가 늘어나고 있고 연말에 도입 예정인 기업연금, 변액보험 등으로 주식시장에 대한 수요는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한국도 선진국처럼 자산 구성이 실물자산에서 금융자산으로, 금융자산 내에서도 안전 상품에서 투자성 상품으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이 단기적인 조정을 거치겠지만 장기적으로 다시 오를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었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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