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상가… 병원… 수백억 건물 경매시장에 줄줄이 대기

  • 입력 2005년 7월 20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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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중구 명동의 대형 상가건물이 법원 경매에 나왔다. 감정가는 304억 원.

이 건물에 대해 164억 원의 채권을 갖고 있는 S은행이 경매를 신청했다. 명동에서도 노른자위 지역에 위치해 있다. 그런데도 2번이나 유찰돼 다음 달 감정가의 64%인 194억여 원에 3차 경매가 진행될 예정이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평소 경매 시장에서 보기 힘든 대형 상가와 병원 등이 잇따라 경매에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수백억 원대 부동산이 나온다

서울 도심 상권을 대표하는 명동의 대형 상가가 경매에 나온 것은 2000년대 들어 손으로 꼽을 정도. 웬만한 경기 불황엔 끄떡없는 대표적인 수익형 부동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황은 결국 이들을 경매로 내몰았다.

지난달 23일 서울중앙지법 경매에서는 감정가 488억 원인 중구 을지로의 대형 상가가 420억 원에 낙찰됐다. 100억 원의 은행 빚을 갚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경기 성남시의 대형 병원(감정가 367억 원)은 26억 원의 채무를 갚지 못해 경매에 부쳐진 상태다.

○ 대형 부동산 경매는 심각한 불황 증거

대형 부동산이 경매 시장에 많이 나오는 것은 그만큼 경기가 나쁘다는 얘기다.

보통 불황 초기에는 아파트, 연립주택 등 ‘주거형’ 부동산이 경매에 나온다. 경기침체가 좀 더 이어지면 소형 점포, 사무실 등 ‘생계형’ 부동산이 늘어난다. 마지막으로 대형 상가, 병원, 공장 등 수익형 부동산이 경매 시장에 등장한다.

본보가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의뢰해 2004년 1월∼2005년 6월 수도권의 경매 물건 변화를 조사한 결과 현재는 수익형 부동산이 크게 증가하는 단계로 나타났다.

주거형 부동산은 지난해 11월에 1만3275건으로 가장 많았다. 당시 고급 주택의 상징이던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가 경매에 나와 화제가 됐다.

업무·상업용 부동산은 20억 원 미만(생계형)이 올해 1월(2542건), 20억 원 이상(수익형)은 올해 5월(131건)에 최고치를 보였다.

불황이 지속되면서 ‘주거형→생계형→수익형’으로 옮아가는 경매 시장의 단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최근 금융가에서는 이런 수익형 부동산을 대상으로 한 경매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 당분간 추세 계속된다

전문가들은 경매시장에서 수익형 부동산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경기가 살아날 기미가 없는 데다 최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축소 등으로 부동산 담보가치는 더욱 떨어졌기 때문.

경매정보업체 디지털태인의 이영진(李榮鎭) 부장은 “저금리 상황인데도 수익형 부동산이 경매에 나오는 것은 그만큼 경기 침체가 심각하고 돈이 안 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채권자가 법원에 경매를 신청해 실제 경매가 이뤄질 때까지의 시간을 감안하면 현재의 경매 시장은 지난해 7∼9월의 상황을 반영한다. 그 후에 경매 신청된 ‘예비 물량’도 상당히 쌓여 있다는 얘기다.

지지옥션 강은(姜恩) 팀장은 “지난해 말 이후 경매 신청에 들어간 물건들이 이제 막 시장에 나올 시점이어서 대형 상가나 병원 등에 대한 경매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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