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대투, 동원-하나銀 “민간기업 되더니 확 달라졌네”

  • 입력 2005년 7월 1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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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일 대한투자증권(대투)이 하나금융지주에 인수된 뒤 처음으로 조왕하 사장 주재로 전국 지점장 회의가 열렸다.

장소는 본사 23층 식당, 시작 시간은 오전 6시 30분.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회의를 하고, 회의가 끝나면 빨리 지점에 가서 영업하라는 뜻이다. 공기업이나 다름없던 옛 대투의 지점장 회의는 오전 10시에 열렸다.

국내 양대 투신사였던 한국투자증권(한투)과 대투가 6월 1일 민간기업으로 바뀐 뒤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1970년대 중반 출범한 두 회사의 대주주는 은행과 증권사들이었지만 사실상 재정경제부(옛 재무부)의 영향력 아래 있었다. 경제 관료가 낙하산을 타고 사장과 임원으로 줄줄이 내려왔다. 외환위기 이후에는 공적자금이 투입돼 예금보험공사로 경영권이 넘어갔다.

○ 보고 및 회의문화가 달라졌다

코오롱 부회장 출신인 대투 조 사장은 첫 부서장 회의에서 간부 전원에게 ‘강력하고 간결한 한 장의 기획서’라는 책을 나눠주면서 “불필요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시간 낭비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영업추진부 김상철 부부장은 “통합 전에는 실무자가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하루, 중간간부가 고치는 데 하루, 이래저래 2, 3일이 지나갔다”며 “요즘은 모든 보고서가 한 장을 넘지 않고 의사 결정이 빨라진 것을 피부로 느낀다”고 말했다.

동원증권에 인수된 한투도 요즘은 웬만하면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e메일로 보고하고 결재를 받는다. 대리가 사장에게 직접 보고하고 지시를 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 특히 회의가 줄고 시간도 짧아졌다.

한투 홍보실 이희주 차장은 “예전에는 부서장 회의, 리스크 회의, 수시 임원 주재 회의 등 일주일에 3, 4차례 회의가 열렸고 시간도 오래 끌었지만 요즘은 간단한 주간 업무회의 한 번밖에 없다”고 말했다.

○ 공격적인 영업 스타일로

평일 오후 6시가 지나면 시내 중심가에서 가장 먼저 셔터 문을 내리는 곳은 옛 한투와 대투 영업점이었다. 요즘은 다른 금융회사처럼 오후 8, 9시까지 대부분 불이 켜져 있다.

과거 두 투신사의 무기는 정부가 뒤를 받치고 있다는 일종의 ‘공신력’이었다. 반면 현재의 모기업인 동원증권과 하나은행은 공격 경영으로 이름난 회사. 지점장들이 고객을 찾아 밖으로 뛰어다니는 스타일이다.

대투 오정남 경영지원본부장은 “은행이 증권사보다 보수적이라고 들었는데 막상 통합해보니 옛 대투 스타일이 훨씬 보수적이었다”면서 “직원들이 성과 위주의 새로운 기업문화를 기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 대폭 강화되는 인센티브제

순수 민간기업으로 변신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인센티브제도. 옛 한투나 대투는 실적이 좋으나 나쁘나 일률적으로 봉급을 받았다.

한투 기획조정부 김영수 차장은 “옛 동원증권 부장 중에는 연말 성과급만 2억 원 이상 받은 사람도 적지 않았다”면서 “노사협상이 마무리되는 대로 통합 한투에도 강력한 인센티브제가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종전에는 회사 실적과 관계없이 사장 임기가 보장됐다. 이제 실적이 나쁘면 언제라도 옷 벗을 각오를 해야 한다. 임원은 물론 일반 직원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로 바뀐 것이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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