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 김대송 사장 “오늘의 ‘대신’ 인화로 일구었죠”

  • 입력 2005년 6월 27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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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대신증권에 입사한 지 꼭 30년이 되는 김대송 사장. 그는 1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주주 중심 경영’ ‘투명하고 윤리적인 회사’라는 표현을 20여 차례나 반복할 정도로 정도 경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종승 기자
올해로 대신증권에 입사한 지 꼭 30년이 되는 김대송 사장. 그는 1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주주 중심 경영’ ‘투명하고 윤리적인 회사’라는 표현을 20여 차례나 반복할 정도로 정도 경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종승 기자
증권 산업이 사채업자들의 놀이터 정도로 폄훼되던 1975년 10월.

공채 1기로 대신증권에 입사한 27세의 한 청년은 입사 동기 중에 운명처럼 평생을 함께하게 될 한 친구를 만나게 된다.

착하고 소탈했던 동기를 너무 좋아하게 된 청년. 그 젊은이가 바로 대신증권에서만 30년을 일하며 ‘증권업계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김대송(金大松) 사장이다.

그리고 김 사장과 평생을 절친한 벗으로 지냈던 입사 동기는 지난해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대신증권 최대주주 양회문(梁會文) 회장이었다. 양 회장은 이 회사 창업주인 양재봉(梁在奉) 명예회장의 아들.

삼성, 대우, LG, 현대 등 굴지의 그룹 계열사들이 포진해 있던 증권업계에서 수십 년째 강자(强者)의 자리를 지켜 온 대신증권. 계열사의 지원 없는 어려움 속에서도 늘 관련업계 선두를 다퉜던 이 회사의 역사는 양재봉 명예회장과 지근거리에서 그를 도왔던 양회문 회장, 김 사장을 빼면 이해하기 어렵다.

대신증권은 유난히 끈끈하고 인간적인 문화가 자리 잡은 회사로 평가받는다. 이직(移職)이 자연스러운 곳이 증권업계이지만 대신증권은 올해 10년 이상 장기 근속자를 213명이나 배출할 정도로 인화(人和)의 문화가 자리 잡았다.

이는 자신이 맡은 업무에는 철저하면서도 소탈하고 시골 아저씨 같은 분위기의 덕장(德將) 김 사장이 만들어 낸 분위기라는 평가가 많다. 1997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아 회사를 이끈 김 사장은 늘 상하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과 인간적인 회사 분위기를 강조했다. 그리고 그런 경영철학의 뿌리에는 그를 믿고 중용한 양재봉 명예회장과 ‘친구’ 양회문 회장이 있었다.

“돌아가신 회장님께서는 참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분이었지요. 소탈하고 검소했고요. 아랫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 분의 그런 철학이 대신증권의 끈끈한 문화를 만든 토대가 됐지요.”

대신증권은 7년 연속 배당을 실시하는 등 주주중심 경영이 정착된 증권사. 이 부분도 도덕성과 윤리경영, 주주중심 투명경영을 강조했던 양 회장과 김 사장의 영향이 크다.

최근 잇따른 인수합병으로 초대형 증권사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면서 대신증권은 또 한 번 험난한 시험대에 올랐다. 은행이나 그룹 계열사의 지원을 받는 경쟁사들과 맞서 ‘인화의 대신증권’이 업계 선두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대신증권도 올해 자산 중심의 영업을 선언하면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수수료 덤핑 경쟁을 지양하고 수익 위주로 직원을 평가하는 등 경영 체질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새로운 경쟁 시대에 대비한 포석.

김 사장도 “철저한 수익 위주 경영으로 독립된 증권사의 새 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한다.

인터뷰를 마치고 엘리베이터 앞까지 나와 기자를 배웅한 김 사장. 화려하지 않은 건물 내부 장식을 흘끗 보더니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우리 회사가 좀 촌스럽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내 환하게 웃으며 덧붙이는 한 마디.

“그래도 우리는 수수한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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