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부동산 대책’ 한달]강남 여전히 고공행진…약발 안먹혀

  • 입력 2005년 6월 2일 03시 28분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세금을 대폭 높여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5·4부동산대책’ 이후에도 서울 강남 서초 송파구 등 강남지역과 경기 성남시 분당, 용인시 등지의 집값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금 인상 등 정부의 투기억제 대책으로는 집값을 안정시키기 어렵다는 지적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 ‘5·4대책’에도 강남지역 집값은 꿈쩍도 안 했다

본보가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 114’에 의뢰해 ‘5·4부동산대책’ 이후 아파트 가격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지난달 6일 대비 지난달 27일 현재 서울 전체 아파트 값은 평균 0.61% 올랐다.

하지만 송파(1.15%) 서초(1.05%) 강남구(0.84%) 등 정부 대책의 표적이 된 강남지역은 이를 훨씬 웃도는 상승률을 보였다. 판교신도시와 인접한 용인시도 이 기간 2.27%나 올랐고, 분당신도시(2.53%)와 과천시(1.23%)도 상승률이 1%를 웃돌았다.

반면 서울 금천(―0.13%) 종로(―0.08%) 노원(―0.04%) 성북구(―0.03%)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정부 의도와는 달리 강남지역과 용인, 분당신도시의 집값은 계속 오르고 서울 강북지역 등 비인기지역 집값이 떨어진 셈이다.

○ 정부 규제가 집값 양극화 부추겨

이는 정부의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강남지역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있지 않기 때문.

분당, 안양시 평촌, 용인 등도 판교신도시 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열기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여기에 규제 일변도의 정부 정책이 언젠가는 바뀔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과 4조 원 가까운 시중 유동자금이 부동산 이외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도 원인.

또 재건축 규제가 강화되면서 반사이익을 보게 된 일반 아파트 가격이 급상승했다.

최근 송파구에서는 재건축 아파트의 오름세가 둔화된 반면 문정동, 오륜동의 일반 아파트 값이 한 달 새 1억 원 가까이 올랐다.

강북·강서 등 비인기 지역 아파트 값이 떨어진 것은 계속되는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위축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114의 김희선 전무는 “서민층이 많고 투자 목적의 수요가 약한 지역일수록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강남과 비강남지역의 차별화가 더 커지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투기대책은 역효과가 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 3일 개최하는 ‘주거안정과 주택정책’ 국제세미나에 참석할 전문가들은 미리 배포한 논문에서 정부의 투기억제 대책이 집값 안정에 기여하기는커녕 부작용만 키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KDI 국제정책대학원 김정호(金政鎬) 교수는 “정부가 2001년 말부터 양도소득세와 재산세를 높이고 재건축을 억제하는 등 부동산 투기억제책을 쏟아냈지만 장기적으로 가격을 안정시킬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수전 왁터 교수도 ‘세계화시대의 주택과 정부정책’이라는 논문에서 “주택시장이 안정적이려면 수요를 억제하기보다 주택공급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방법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5·4 부동산 안정대책:

‘1가구 2주택자 양도소득세 실거래가 과세 및 보유세 강화’를 골자로 한 부동산 세제 강화 정책. 투기수요를 차단하고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목적으로 5월 4일 청와대 국민경제자문회의가 결정했다. 이에 따라 1가구 2주택자는 2006년부터 살지 않는 집을 팔 때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양도세를 내야 한다. 보유세는 2008년까지 단계적으로 2003년의 두 배 수준으로 오른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