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고객정보관리 CRM시스템 도입 맞춤서비스

  • 입력 2005년 5월 7일 03시 02분


황사가 극심했던 지난달 20일 신용대출 상담을 받기 위해 하나은행 지점을 찾은 중소기업 임원 이모(43) 씨는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창구 직원이 “황사가 심하니 기관지를 보호하셔야죠”라며 황사 방지용 마스크를 선물로 건넨 것.

수년째 기관지염을 앓고 있던 이 씨는 흐뭇하면서도 ‘도대체 어떻게 알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결은 은행의 고객관계관리(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시스템.

이 씨가 수개월 전 “기관지염 때문에 고생한다”고 말하자 창구 직원은 이를 고객 정보로 입력했다. 은행은 황사 시즌이 되면 마스크를 선물해야 할 고객으로 이 씨를 분류했다. 이 씨의 고객번호를 입력하면 ‘황사 마스크 선물 요망’이라는 내용의 팝업 창이 뜨는 것.

하나은행 홍필희(洪必憙) CRM팀장은 “고객이 생년월일, 주소, 가족관계, 종교 등 50개 정도의 정보를 제공하지만 고객과의 대화를 통해 은행이 입수하는 정보는 많게는 400개에 이른다”고 말했다.

○ 은행 CRM은 변화의 중심

은행은 고객 관리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투자 성향, 가족 소식, 의료기록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정보를 수집한다. 은행은 이 정보를 토대로 고객에게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끈끈한 관계를 맺는다.

황영기(黃永基) 우리은행장은 “은행은 금융백화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열(金宗烈) 하나은행장은 “토털 라이프 케어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 CRM이 있다. 돈 많은 우량고객 위주로 이뤄졌던 CRM 대상이 중간층 고객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조모(35·회사원) 씨는 올해 여름휴가를 싱가포르에서 보내기로 하고 여행상품을 샀다. 대금은 신한카드로 결제했다.

조 씨는 다음 날 “환전 할인혜택을 받지 않겠느냐”는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신한카드 결제 정보가 신한은행 고객 콜센터로 넘어갔기 때문.

신한은행 개인영업추진부 윤근혁(尹根奕) 과장은 “은행, 증권, 카드, 자산운용 등 여러 회사들이 지주회사 울타리 안에 있기 때문에 고객 통합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빠르게 발전하는 CRM

콜센터와 영업점의 정보 교류는 CRM의 기본이다.

정모(34·자영업) 씨는 “아파트 담보대출 금리를 연 6%보다 적게 내고 싶다. 다른 은행에서 5.8%를 제시했다”며 전화로 우리은행 콜센터 직원과 상담했다. 우리은행은 ‘정 씨가 은행을 찾아오면 가능한지 파악해 5.8%의 금리를 제시하라’는 내용의 메모를 영업점에 보냈다. 정 씨는 결국 연 5.8% 금리로 대출을 받았다.

우리은행은 잠재 우량고객을 발굴하기 위해 ‘소득 추정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세금 및 공과금 납부 현황, 카드 사용 정보 등을 토대로 우량고객이 될 가능성이 있는 고객을 파악해 영업에 활용하는 것.

국내 은행의 CRM은 아직 초기 단계라는 진단도 있다. 실시간으로 고객 정보가 입력되지 않는 데다 고객 정보의 데이터베이스화가 진행 중이어서 모든 고객이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은행 관계자들은 “CRM이 은행에는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하는 기반이 되고 고객에게는 맞춤형 상품을 제공받을 수 있는 토대가 되기 때문에 급속히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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