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5주년]기업 사회공헌…‘재능의 꽃’들에게 희망을

  • 입력 2005년 3월 31일 15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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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경주 포뮬러 원(F1) 대회에서 제 아무리 운전을 잘해도 좋은 차가 아니라면 우승할 수 있을까요?” 첼로계의 ‘젊은 피’로 평가받는 첼리스트 이유홍(28) 씨는 대뜸 자동차 얘기를 꺼냈다.

제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도구가 시원치 않으면 그 재능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게 그가 하고 싶었던 말.

“그런 점에서 저는 지난 10년간 이탈리아의 명기(名器)인 조반니 파올로 마지니 첼로를 사용할 수 있게 해준 금호문화재단으로부터 크나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이씨는 11세 때 영국으로 건너가 영국 왕립음대에서 수학한 영재 출신 첼리스트. 1999년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방한 기념 연주회에서 KBS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등 뛰어난 재능으로 주목받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관심과 투자가 없었다면 이 유망한 음악도는 재능의 꽃을 마음껏 피우지 못했을 수도 있다.

기업이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소외된 문화 예술 분야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화가 살아야 일류국가 된다=국내 대기업 가운데 금호아시아나와 삼성그룹이 문화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클래식 마니아인 박성용(금호문화재단 이사장) 명예회장의 영향으로 음악 분야 지원에 관심이 높은 편이다.

1990년 국내 최초의 직업 실내악단인 금호 현악 4중주단을 창단했으며, 현재 금호악기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금호악기은행은 금호문화재단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후원사업 중 하나로 세계적인 명품 악기를 들여와 유망 연주자들에게 무상으로 대여해 주고 있다.

금호문화재단은 악기 하나에 수억 원을 웃도는 명품 악기(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피아노) 22점을 구입해 유망주들에게 대여 중이다.

또 해외에 있는 유망 연주자들을 위해 항공기 탑승 우대증을 지원하고 연주회 기회를 마련해 주는 등 음악 발전에 공헌하고 있다.

금호문화재단은 2000∼2003년에만 음악 미술 장학사업에 128억 원을 지원했다.

삼성문화재단은 삼성 미술관 리움과 호암미술관, 로댕갤러리의 운영을 통해 문화 발전에 공헌하고 있으며 일반인들에게는 문화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또 ‘멤피스트’ 제도를 통해 문화예술 인재 양성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 제도는 미술, 음악, 영화·영상, 연극, 예술경영, 무용 등 6개 분야 인재들을 뽑아 해외연수의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이다.

▽소외 분야에도 관심을=두산그룹은 연강재단을 통해 사회공헌을 실천하고 있다. 연강재단은 ‘기업이윤의 사회환원’을 강조한 두산 창업주 고(故) 연강 박두병 선생의 유지를 기리기 위해 1978년 설립됐다.

두산이 가장 정성을 쏟는 분야는 장학사업. 하지만 중국학 전문연구원을 양성하는 중국학 연구지원 사업, 전국의 초중고 교사를 선발해 중국 일본의 역사 유적을 탐방하는 교사 해외학술 시찰 사업, 해외동포 도서 보내기 사업과 해외 한국어학과 지원 등에도 역점을 두고 공헌활동을 벌이고 있다.

LG그룹은 공익재단을 통해 사회복지, 문화, 교육, 환경, 언론 등 분야에 공익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환경보전을 위해 설립한 LG상록재단은 △조류 보호 △초등학교 우리 꽃밭 조성 △산성비 피해 산림 회복 △등산로 나무 이름 달아주기 등 다양한 사업으로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SK그룹은 21세기 일등국가가 되기 위해선 인재 양성이 핵심이라는 판단 아래 33년째 이어지고 있는 장학퀴즈 프로그램에 매년 40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SK가 이 프로그램에 투자한 금액은 2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학퀴즈를 통해 사회에 배출된 인재만도 1만여 명에 이른다고 SK측은 밝혔다.

장학퀴즈는 2000년 중국에 진출해 ‘SK좡위안방(狀元榜)’이라는 이름으로 중국 7개 지역 TV에서 방영되고 있다.

사회공헌활동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문화 학술 예술 부문 등 소외 분야에 대한 기업들의 지원 활동은 주로 대기업을 통해 이뤄졌다”며 “소외 학문 분야에 대한 중견 기업들의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때다”고 말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삼성문화재단 안종환 사무국장 “문화참여가 바로 기업의 활동”▼

“기업이 문화 활동을 지원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기업의 문화 예술 참여는 그 자체로 중요한 기업 활동이기 때문이죠.”

삼성문화재단 안종환(사진) 사무국장은 기업과 문화 활동의 관계를 이렇게 정의했다.

안 국장은 “21세기의 모든 산업은 문화 콘텐츠를 제대로 담지 못하면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며 “기업이 이윤 추구를 넘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위치에 도달하려면 기업과 문화 활동은 하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삼성문화재단이 지난달 1일 개관한 미술관 ‘리움(Leeum)’은 삼성의 중요한 기업 활동의 하나다.

그는 “리움이 국내외 미술계를 선도적으로 연구해 국제 미술계에서 한국 미술의 역량을 키우는 데 일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금호미술관 박강자 관장 “젊은 작가 발굴-지원에 역점”▼

“1989년 개관한 이후 젊은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데 역점을 뒀습니다. 앞으로도 역량 있는 작가를 후원하는 데 더욱 주력할 계획입니다.”

금호미술관 박강자(사진) 관장은 미술관 운영 방향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박 관장은 “한국 화단은 유명 작가만을 집중 조명해 젊은 작가를 키우는 데 소홀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박 관장은 상대적으로 소외된 젊은 작가에게 작품 발표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 작가를 위한 전시회를 진행하는 등 인재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에는 두 차례의 공모심사를 거쳐 이문주 우종택 최준경 등 16명의 젊은 작가를 발굴해 지원하고 있다.

그는 “3월부터 이문주 전시회를 시작으로 젊은 작가들의 전시회가 차례로 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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