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순이익 이상 배당 사전예고제’ 추진

  • 입력 2005년 3월 24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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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오후 6시 증시에 충격적인 공시 하나가 발표됐다.

남성 정장 브랜드 ‘캠브리지 멤버스’로 알려진 캠브리지가 주당 5000원의 배당을 결정한 것. 이날 캠브리지의 종가가 8400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시가배당률이 무려 60%에 이른다.

‘증시 역사상 가장 화끈한 배당’이라는 누리꾼(네티즌)들의 감탄이 인터넷에 쏟아졌다. 다음날부터 이틀 동안 캠브리지 주가는 상한가를 치며 1만1050원으로 급등했다.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서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과연 캠브리지가 이 정도의 ‘돈 잔치’를 할 상황이냐는 것.


캠브리지는 지난해 한강쇼핑센터를 135억 원에 매각해 보유 현금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 회사는 지난해 9억8009만 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이 회사 김삼석 회장과 친인척은 높은 배당으로 수십억 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내부자 거래 의혹도 제기됐다. 배당결산일이 가까워오던 지난해 12월 김 회장 일가가 최대주주로 있는 동산진흥이 캠브리지 주식을 10여만 주나 매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

전문가들은 “캠브리지가 내년에도 이런 배당을 할 확률은 거의 없다”며 투자자들에게 매수를 만류했다. 캠브리지 주가는 이후 나흘 만에 다시 1만 원 아래로 떨어졌다.

이처럼 무리한 배당으로 회사 이익을 빼가는 최대주주의 행태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24일 기업이 주주들에게 배당할 수 있는 재원에서 장부상으로만 계산되는 유가증권 평가이익 등을 제외시키고, 순이익 이상으로 배당하는 회사는 이 사실을 사전에 예고토록 하는 ‘배당예고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유가증권 평가액을 배당 재원에서 제외하면 회사는 ‘손에 쥔 현금’으로만 배당할 수 있어 사실상 무리한 배당을 할 수 없게 된다.

또 배당예고제를 실시하면 투자자들이 결정된 배당금을 보고 투자할 수 있어 캠브리지처럼 내부 정보를 이용한 주식매매를 막을 수 있다.

지금은 기업들이 배당결산일이 지난 뒤 주주총회에서 배당금을 발표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기업의 배당금을 ‘추정’만 한 상태에서 투자하고 있다.

무리한 유상 감자(減資)에 대한 규제도 마련될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사도 유상 감자를 할 때에는 사전에 인가를 받도록 하거나 미리 신고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은행과 보험사는 유상 감자를 하려면 사전에 신고 또는 인가를 받아야 했지만 증권사는 사후 신고만 해도 괜찮았다.

이는 브릿지증권을 인수한 영국계 투자회사 BIH가 수년 동안 무리한 유상 감자로 투자자금을 회수한 뒤 껍데기만 남은 회사를 매각한 데 대한 대응 조치로 풀이된다.

BIH는 무상 증자로 주식 수를 늘린 뒤 다시 회사 돈을 받고 주식 수를 줄이는 유상 감자로 비상식적인 ‘돈 빼내기’를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회사는 고배당과 유상 감자 등으로 최근 3년간 투자자금 2200억 원 가운데 1976억 원을 회수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규제 방안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무리한 회사 자금 빼가기를 규제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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