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와 경영권분쟁 소버린, ㈜LG-LG전자 지분매집

  • 입력 2005년 2월 18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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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계 투자펀드인 소버린자산운용이 1조 원가량을 투입해 LG그룹 지주회사인 ㈜LG와 이 그룹 핵심계열사인 LG전자의 지분을 각각 5% 이상씩 사들였다. 이에 따라 소버린은 ㈜LG의 2대 주주, LG전자의 3대 주주가 됐다.

소버린은 SK㈜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외국자본(펀드)으로 이번 대규모 LG 주식취득의 배경과 목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버린의 LG 주식 매집과 LG의 반응=소버린은 지난달 7일부터 최근까지 ㈜LG 지분 5.46%와 LG전자 지분 5.7%를 매입했으며 앞으로 두 회사의 지분을 추가로 사들일 계획이라고 18일 밝혔다.

이번 주식 매집과 관련해 소버린은 “㈜LG와 LG전자의 지배구조가 좋고 기업 내용이 뛰어나 투자를 결정했다”며 “LG의 경영진 변경을 시도하거나 지배구조와 관련된 정관 조항을 변경하려는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필요한 경우 이사회에 권고하거나 요구사항을 전달하며 회사 경영진과 대화를 하는 등 간접적인 방법으로 경영에 참여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덧붙여 LG의 경영에 일정 수준의 영향력을 행사할 뜻을 내비쳤다.

LG그룹은 “소버린의 이번 지분 매입은 투자 극대화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구본무(具本茂) 회장 등 LG그룹 대주주 일가의 경영권이 안정돼 있어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LG그룹 내부에서 이날 공식적인 반응과 별도로 소버린의 진의를 파악하느라 SK㈜에 문의를 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웠다.

소버린은 21일 제임스 피터 대표가 서울에서 간담회를 열고 이번 LG그룹 투자 배경과 목적 등을 설명할 계획이다.

▽관심 쏠리는 소버린의 의도=소버린은 그동안 자신들을 “지배구조가 낙후돼 주가가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해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기업 가치를 높이는 투자자”라고 소개해 왔다.

하지만 LG그룹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모범적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또 LG그룹 기존 대주주들은 ㈜LG 지분 51.5%를, ㈜LG는 LG전자 지분 36.1%를 확보하고 있어 경영권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소버린이 간접 경영참여 의지를 분명히 한 만큼 주주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내세워 LG그룹 경영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LG그룹에 대해 △현금배당 △비(非)수익사업의 철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의 요구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현대증권 권성률(權成律) 수석연구원은 “소버린이 LG 대주주의 경영권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지만 배당 등에 대해 까다롭게 나설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소버린의 이번 투자에는 다음 달 중순으로 예정된 SK㈜ 주주총회를 겨냥해 LG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과 주주의 권리를 부각해 SK㈜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끌어내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소버린은 18일자 주요 일간지에 주주들의 권리의식을 촉구하는 광고를 내기도 했다.

▽소버린

소버린의 대주주는 뉴질랜드 태생의 챈들러 형제로 베일에 가려져 있다. 다른 사모투자펀드(PEF)와 달리 외부 대출 없이 개인 재산만으로 투자한다. 한국에서는 2003년 3월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내세우며 SK㈜ 지분 14.9%를 사들이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그 이전에는 홍콩과 브라질, 체코, 러시아 등 신흥시장에 주로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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